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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에 있던 시간이 많았던 박병호에게는 분명 좋은 기회다. 심수창 역시 마찬가지. LG에서는 선발과 불펜을 오갔지만, 넥센 김시진 감독은 붙박이 선발을 약속했다. 그 점에 대해 심수창은 "기회가 주어지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이었다. 심수창은 "그날 밤 전화가 왔는데 느낌이 이상하더라"며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는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 그동안 정들었던 팀이었는데…"라고 했다. 부모님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단다. 사실을 확인하고는 "그렇게 됐냐. 열심히 해라"며 격려해주셨다. 제2의 인생에서 성공해야 할 또다른 이유다.
사실 심수창에게는 '운명의 장난'같은 냉혹한 현실이다. 넥센은 심수창에게 역대최다인 17연패의 수모를 안겨준 팀이다. 지난달 19,21일 잇달아 패전투수가 됐었다. 그 팀에서 뛰게 됐다. 심수창은 "선배들이 연패끊고 첫 승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을 주셨다"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LG에게는 받을 빚도 있었다. 작년 팀의 신연봉제에 따라 연봉이 7000만원에서 무려 4000만원이 깎였다. 올해 보상을 받겠다고 이를 악물었는데, 기회가 날아갔다. 심수창은 "그때는 기분이 안좋았다. 올해 보상을 받으려고 했는데, 서운하기는 하다"고 하다. 이 역시 현실이다.
인터뷰 동안 둘의 표정은 밝았다. 지나가던 동료들과 장난도 쳤다. "신나게 야구하고, 조금씩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팬여러분의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며 웃었다. 박병호는 "LG투수들과 만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심수창과 박병호, 이제는 넥센의 예비 히어로들이다.
대구=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