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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김민하의 목소리에는 아직도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하나만 넘겨 망신만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운좋게 1등까지 할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야구 얘기가 나오자 곧바로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김민하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4번을 쳤었다. 그 후에도 3번자리를 한 번도 빼앗기지 않았다. 리그에서 4할을 치고 홈런 1위를 기록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타격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다. 어떤 구단도 그를 지명하지 않았다. 타격에서도, 수비에서도 어느 하나 특출난게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김민하는 당시를 떠올리며 "정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김민하는 자신에 대해 "타석에서는 전형적인 중장거리 스타일이고 외야 전 포지션 수비가 가능하다"고 했다. 주루플레이도 자신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준우 선배가 딱 나의 롤모델인 것 같다. 앞으로 전준우 선배처럼 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투우타에 힘도 좋고 다부진 눈매까지 전준우를 쏙 빼닮았다.
김민하는 "퓨처스 홈런레이스 2008년 챔피언 모상기(삼성), 2009년 챔피언 김재환(두산) 등이 모두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말에 "나도 꼭 그렇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롯데의 한 관계자는 김민하에 대해 "조만간 정식선수로 등록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앞으로 김민하가 새로운 '신고선수 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을까. 일단 출발은 매우 좋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