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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 홈런왕' 신고선수 롯데 김민하의 반전 스토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1-07-17 14:23


롯데 김민하(22)가 16일 군산에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 우승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 같아요."

16일 군산구장에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의 챔피언이 결정되는 순간 장내가 잠시 술렁였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선수가 3개의 홈런을 날리며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롯데 김민하(22). 경남고와 중앙대를 거쳐 올시즌 롯데 2군에서 주전 외야수로 뛰고 있는 그는 정식선수가 아닌 '신고선수'이다. 하지만 그의 가능성을 지켜본 박정태 2군 감독의 추천으로 축제의 장에 함께 할 수 있었고 이날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경기 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김민하의 목소리에는 아직도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하나만 넘겨 망신만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운좋게 1등까지 할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야구 얘기가 나오자 곧바로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김민하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4번을 쳤었다. 그 후에도 3번자리를 한 번도 빼앗기지 않았다. 리그에서 4할을 치고 홈런 1위를 기록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타격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다. 어떤 구단도 그를 지명하지 않았다. 타격에서도, 수비에서도 어느 하나 특출난게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김민하는 당시를 떠올리며 "정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김민하는 그의 재능을 아깝게 여긴 경남고 이종운 감독의 추천으로 롯데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위치를 깨달았다. 김민하는 "팀에 합류해서 보니 정말 모든 선수가 나보다 훨씬 나은 실력을 가지고 있더라. 나는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했었다"고 했다. 그 이후 '매순간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다고 한다. 그 결과 2군에서이지만 주전 2번, 외야수로 뛰고 있다.

김민하는 자신에 대해 "타석에서는 전형적인 중장거리 스타일이고 외야 전 포지션 수비가 가능하다"고 했다. 주루플레이도 자신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준우 선배가 딱 나의 롤모델인 것 같다. 앞으로 전준우 선배처럼 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투우타에 힘도 좋고 다부진 눈매까지 전준우를 쏙 빼닮았다.

김민하는 "퓨처스 홈런레이스 2008년 챔피언 모상기(삼성), 2009년 챔피언 김재환(두산) 등이 모두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말에 "나도 꼭 그렇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롯데의 한 관계자는 김민하에 대해 "조만간 정식선수로 등록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앞으로 김민하가 새로운 '신고선수 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을까. 일단 출발은 매우 좋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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