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엔씨소프트 트라이아웃 참가자의 한일 사부곡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06-29 14:28


"아버지, 보고 계신가요?"

지난 28일부터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는 프로야구 제9구단 엔씨소프트 다이노스의 트라이아웃이 진행중이다. 프로무대에서 밀려나거나 입단 기회를 잡지 못한 44명의 선수들은 3일간의 테스트를 통해 다시 프로선수로서의 기회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저마다 이번 트라이아웃에 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그 가운데 일본에서 건너 온 강병수와 서울에서 홀로 내려온 이청아는 이번 테스트 기간 내내 아버지를 마음에 담은 채 운동장을 뛰고 있다. 한국과 일본, 자란곳은 달랐지만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은 같다.


◇엔씨소프트 다이노스 제1차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강병수가 타격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지켜봐주세요, 아버지.

엔씨소프트 제1차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강병수(27·일본명 오하라 헤이슈)는 스스로를 "야구만 알고 자라 온 버릇없는 아들"이라고 했다. 야구공을 처음 잡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야구밖에는 몰랐다. 눈을 떠도 야구, 잠을 자면서도 야구만 생각했다. 부모님 생각은, 늘 뒷전이었다. 그래도 부모님은 아들을 탓하지 않았다. 그저 야구로서 최고가 되어주기만을 바라며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부친 강창범(60)씨는 아들이 자랑스럽고 대견스럽기만 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랐다. 강병수는.

2002년 드래프트 5순위로 야쿠르트 스왈로스에 입단할 때까지만 해도 강병수의 야구인생은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군에서 1군 진입기회를 엿보던 2004년, 경기 중 동료 내야수와 부딪히면서 턱뼈 골절상을 입은 것이 결정적인 악재였다. 결국 강병수는 2008년 방출된다. 이후 한국 프로야구 한화에 신고선수로 잠시 몸을 담았고, 독립리그 코리안해치 팀에도 있었다. 그렇게 돌고 돌다 엔씨소프트 제1차 트라이아웃까지 참가하게 됐다.

이번에도 아버지 강창범씨는 아들의 뒤를 지켜줬다. 28일부터 3일간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리는 트라이아웃 현장에는 강병수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건너온 강창범씨도 와있었다. 홈플레이트 뒤쪽 관중석에서 물끄러미 아들을 바라보던 강창범씨는 "본인이 최선만 다해주면 된다"며 말을 아꼈다. 강병수는 "늘 뒷바라지만 해오신 부모님께 이번에는 정말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다"며 트라이아웃 참가 소감을 밝혔다.


엔씨소프트 제1차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이청아의 꿈은 다시 프로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하면서 아버지와 이전처럼 편하게 대화하는 것이다. 이번 트라이아웃은 이청아에겐 그래서 더 소중한 기회다. 사진=엔시소프트 제공
저는 아직 포기안했습니다.

부천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LG 신고선수로 입단했던 투수 이청아(19)는 KBS N 스포츠 이병훈 해설위원의 장남이다. 짙은 눈썹과 부리부리한 눈매가 아버지를 똑 닮았다. 현역시절 장타력을 자랑하던 아버지처럼 이청아는 고교 1학년때까지는 외야수로 방망이를 잡았다. 그러나 2007년 중반, 당시 야인이던 조범현 KIA 감독이 이청아의 야구인생을 뒤바꿔놓았다. 당시 서울고에 인스트럭터로 잠시 왔던 조 감독은 1학년생 이청아를 보고서는 "투수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했다. 부친인 이병훈 해설위원도 실은 이청아를 투수로 키워보려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투수로 전향한 이청아는 고교 2학년때 부천고로 전학간 뒤 당시 감독이던 정삼흠 감독의 지도 아래 본격적으로 투수 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예상보다 기량의 발전은 더뎠다. 결국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다행히 2010년 테스트를 통해 LG 신고선수로 입단했지만, 정식 선수가 아니다보니 이마저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이청아 자신도 크게 상심했지만, 자식에 대한 기대가 컸던 이병훈 해설위원의 실망감은 엄청났다. 이청아는 "야구를 그만 두게되자 아버지와의 대화도 거의 사라졌어요. 크게 실망하신 것 같았죠"라고 말했다. 부친과의 관계가 서먹해지면서 그 사이에 있는 어머니도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엔씨소프트 트라이아웃은 그런 이청아에게는 모처럼 찾아온 기회다. 하지만, 이청아는 트라이아웃에 참가한다는 말을 아버지에게 하지 못했다. "첫날 테스트를 받고서 어머니께는 전화를 드렸어요. 근데, 아버지께는…테스트 다 받은 뒤에 전화드리려고요". 이청아의 목표는 프로로서 성공하는 것만이 아니다. 다시 전처럼 아버지와 툭 터놓고 대화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그 목표를 위해 이청아는 불펜에서 혼신을 다해 공을 던지고 있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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