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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하나만 보고 있었어요. 두번째 홈런도 직구 타이밍에서 나가다가 변화구(커브)가 걸린거에요. 2009년 때 느낌처럼…."
2009년. 김상현을 '신데렐라'로 벌떡 일으킨 한 해였다. MVP를 안긴 최고 거포로의 재탄생. 그 소중한 순간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듬해인 지난해 찾아온 무릎 부상 때문이었다. 여전히 그 슬럼프의 연장선상에서 마음고생을 해온 그는 모처럼 '2009년'을 스스로 언급했다. 그는 진정 야구인생의 전환점이 된 2009년의 기억을 되찾은 것일까.
스윙의 각도를 세우다
김상현은 22일, 23일 이틀간 특타를 했다. 우천 취소된 22일에 이어 23일에는 경기 시작 4시간30분 전인 오후 2시부터 배팅 훈련을 했다.
조범현 감독과 이건열 타격코치가 지적한 주안점은 배트의 각도 끌어올리기. 아래에서 퍼져나오던 어퍼스윙 궤도를 날카로운 레벨스윙으로 교정하기 위해 발사 위치를 조정했다. 조범현 감독은 "아예 머리 꼭대기에서부터 출발하라고 했다. 그래야 쳐저나오던 배트 궤적의 중간쯤이 될 수 있으니까"라고 설명했다. 김광현에게 뽑아낸 연타석 3점포는 전광석화같은 완벽한 스윙 속에 이뤄졌다. 집중 훈련한 발사각도 조정이 완벽하게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밸런스가 돌아오다
2009년 김상현은 무서운 타자였다. 빠른 직구에 타이밍을 맞히고 있다가 오프스피드의 변화구가 들어와도 긴 스윙궤적으로 타이밍을 늦추면서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선수였기 때문. 김상현은 그 황홀했던 기억을 좀처럼 떨치지 못했다. 슬럼프가 길어진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이건열 코치 등 주위 사람들은 "좋지 않을 때는 딱 한 구종, 한 코스만 노리고라도 치라"고 했지만 김상현은 "직구를 노리다 변화구를 칠 수 있다"는 옛 생각 속에 자신의 패턴을 유지했다.
하지만 2009년과 2011년의 차이는 밸런스에 있었다. 2009년이 완벽한 하체 중심의 밸런스 속에서 출발한 스윙이 이뤄졌다면 무릎 부상 이후 김상현의 밸런스는 전과 같지 않았다. 2009년에는 직구를 노리다 변화구가 와도 하체가 딱 버티고 있었다면, 2011년 초에는 변화구 유인구에 몸 전체가 무너지기 일쑤였다. 23일 경기 전까지 되풀이 되던 장면. 직구를 노리다 커브를 받아친 두번째 3점 홈런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조바심을 버리다
조범현 감독은 올시즌 초 김상현의 큰 스윙에 대해 "타석에 서기 전부터 마음이 이미 펜스를 넘어가 있다"고 말했다. '한방으로 해결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김상현의 발목을 잡았다. 지나친 욕심과 의욕으로 상체에 힘이 들어가면서 전반적인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독소로 작용했다.
그럴만도 했다. 김상현은 개인의 영광보다 팀 생각에 조바심을 냈었다. 지난해 팀의 4강 탈락이 마치 자신의 부상 탓 같았다. 만회를 위해 지난 겨울 독기있게 훈련했지만 올 초 생갭다 장타가 터지지 않자 마음이 점점 급해졌다.
지독할 정도의 마음고생을 겪은 김상현은 이제 어느정도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았다. 타이밍을 늦춰 밀어치는 적시타도 수시로 뽑아내고 툭하면 헛스윙하던 바깥쪽 유인구를 꾹 참고 걸어나가기도 한다. 나쁜 공을 따라다니면 공은 점점 멀어진다는 야구의 진리. 이제 그는 공이 자신의 몸 가까이 오기를 차분히 기다리기 사작했다. 2009년의 재현. 특급 좌완 김광현을 상대로 뽑아낸 연타석 3점포는 부활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