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석민 포수 포지션 준비완료

삼성 박석민이 22일 대구 한화전을 앞두고 포수 훈련을 해 눈길을 끌었다. 대구=송정헌 기자 [e-mail]

삼성 박석민이 포수 마스크를 썼다. 장난으로 써본 것이 아니다. 포수 장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불펜에서 공을 받았다. 결과는? 비상시 포수로서 합격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21일 대구 한화전을 앞두고 "SK 최 정의 포수 역할을 훌륭히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우리도 그런 상황이 생길지 몰라 최형우와 박석민에게 시간이 날 때마다 불펜에서 투수 공을 받아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말은 하루만에 현실이 됐다. 22일 한화전을 앞두고 배팅훈련을 마무리한 박석민이 갑자기 라커룸에서 포수장비를 다 갖추고 그라운드에 모습을 나타낸 것. 취재진은 물론이고 코치, 선수단까지 "오~"라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불펜쪽으로 걸어가는 박석민을 지켜봤다.

마침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투수는 삼성의 2선발 카도쿠라. 먼저 앉아있던 불펜포수의 뒤에서 공 3개 정도를 본 박석민은 고개를 끄덕인 뒤 홈플레이트 뒤에 자리를 잡았다. 오치아이 투수코치쪽을 바라보며 잠시 미소를 짓던 카도쿠라가 제1구째를 던졌다. 박석민이 여유있게 잡아내자 여기저기서 또 탄성이 터져나왔다. 2구째도 무난히 잡아내자 김평호 코치가 "미트 소리가 잘 안 나잖아"라며 평가를 내린 뒤 카도쿠라에게 "바운드 볼을 던져라"는 주문까지 했다. 또다시 미소를 지은 카도쿠라는 커브, 포크볼 등 자신이 가진 변화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삼성 박석민이 22일 대구 한화전을 앞두고 불펜에서 포수 훈련을 하고 있다. 대구=송정헌 기자 [e-mail]

타격훈련을 마친 뒤 이 장면을 본 삼성 주전포수 진갑용이 "잘 어울린다. 생갭다 자세 좋은데"라며 칭찬을 했다. 그 순간 박석민이 땅에 바운드된 포크볼을 놓치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박석민은 카도쿠라에게 "맛스구(직구를 의미함)"라고 애교섞인 주문을 하기도 했다. 총 10개의 공을 받은 박석민은 그라운드의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있자 포수 미트로 얼굴을 가리고 라커룸으로 들어가 또 한번 폭소가 터지도록 만들었다.

이날 최형우가 포수마스크를 쓴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김현욱 트레이닝코치는 "내가 현역 때 실제 경기에서 형우가 공을 받은 적도 있다. 자세가 아주 예쁜 편은 아니지만 잘 받는 편이었다"고 회상한 뒤 "그 때도 방망이를 잘 쳤다"며 '공격형 포수' 출신임을 강조했다.
대구=노경열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