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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발 투수 양 훈이 전날 억울하게 당했던 패배를 말끔하게 설욕했다. 양 훈은 9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해 8⅔이닝 5안타 1실점으로 완투에 맞먹는 호투를 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볼넷은 3개만을 허용했고, 탈삼진은 7개를 기록했다. 9회 2사까지 잡았지만 야수 실책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아쉽게 완투승은 놓쳤지만 시즌 2승째(5패)를 거뒀다. 양 훈은 지난달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완봉승으로 시즌 첫 승을 거둔 바 있다. 양 훈은 잠실에서 다시 한 번 완벽투를 재현했다. 양 훈의 이날 호투 원동력은 역설적이게도 결정구가 없는 백화점식 투구에 있었다.
이날 호투의 비결은 직구였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3~144km 정도였지만 구속을 뛰어넘는 힘이 있었다. 묵직한 공에 LG 타자들은 방망이가 밀리기 일쑤였다. 양 훈은 직구의 힘을 바탕으로 자신감 있게 공을 던졌다. 자신의 볼에 확신을 느꼈기에 좋은 투구가 가능했다.
좌타자를 상대로 한 투심패스트볼 역시 위력적이었다. LG 타선의 중심인 이병규 박용택를 무안타로 묶은 비결이 바로 투심패스트볼이었다. 양 훈의 투심패스트볼은 좌타자 바깥쪽으로 급격히 휘어 나갔다. 타자들은 멀어져 가는 공을 그대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또한 투심 패스트볼의 구속이 139~142km에서 형성되면서 보통 직구와 구분이 어려웠다.
결정구가 없는 볼배합
이날 양 훈은 결정구가 따로 없었다. 상황에 따라 직구,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포크볼을 섞어 던졌다. 모든 구종이 완벽하게 제구되면서 LG 타자들은 볼배합을 읽지 못해 애를 먹었다. 포수 신경현의 리드도 훌륭했다. 직구에 힘이 있자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다양한 공을 요구했다. 양 훈은 결정구로 투심 패스트볼 외에 백도어 슬라이더와 포크볼까지 던졌다.
강한 멘탈의 힘
무엇보다 양 훈을 강하게 만든 힘은 정신력이었다. 한화는 전날 심판의 오심으로 아깝게 경기를 놓쳤다. 심판은 물론 KBO로부터 사과를 받았지만 씁쓸한 기억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경기전 한화 선수단은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야수들은 공격과 수비에 집중했고, 포수 신경현은 LG 타선을 집요하게 분석해 예측할 수 없는 볼배합을 가져갔다. 양 훈 역시 마운드에서 책임감이 컸다. LG의 강타선을 맞아 위축됨 없이 자신의 볼을 던져냈다. 똘똘 뭉친 한화 선수단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