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외국인 투수 두명을 보면 웃음이 난다.
우완 강속구 투수 리즈와 왼손 기교파 투수 주키치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리즈는 11경기에 등판해 4승5패(방어율 4.50), 주키치는 10경기에서 4승1패(방어율 3.20)를 기록중이다. 무엇보다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지켜주고 있다. 게다가 등판하면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는 이닝이터 역할을 톡톡히 한다.
1년전으로 돌아가보자.
LG는 역대로 뽑은 용병중 메이저리그 경력이 가장 화려하다는 에드가 곤잘레스와 어렵게 계약했다.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가 주무기였고, 제구력까지 갖춰 특급 용병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구단은 그에게 15승 이상을 기대했다.
하지만 곤잘레스는 한국 타자들의 예리한 선구안과 커팅 능력에 당해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출신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좀처럼 변화를 주지 않았던 게 가장 큰 패착이었다. 결국 5월에 퇴출되고 말았다.
리즈 역시 입단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직구 스피드가 160km에 이르는 파워 피처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유망주라는 평가를 듣던 투수였다. 소속팀이었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게 꽤 많은 이적료를 지급하고서야 리즈를 서울로 데려올 수 있었다.
상대팀 관계자와 야구 전문가들은 반신반의했다. 그들의 리즈에 대한 예상은 "아무리 빠른 공을 던져도 컨트롤이 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 것이다. 빠른 공에 제구까지 된다면 미국에 있지 굳이 한국으로 왔겠느냐"는 등 다소 냉소적이었다.
그러나 리즈는 5월까지 단 한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1선발로서 임무를 다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곤잘레스와 리즈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예상대로 리즈는 빠른 볼을 던지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에 반해 변화구 제구 능력은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즈의 강점은 바로 고집을 피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변화를 수긍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원하는대로 빠른 볼을 고집하지 않고, 변화구 제구력을 끌어올리는데 중점을 뒀다. 다양한 패턴의 볼배합으로 한국 타자들과의 수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리즈는 재평가 받고 있다. 160km 강속구를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150km대의 직구와 140km대의 슬라이더, 한국에서 비중을 높인 스플릿터 등이 위력을 더 하고 있다. 31일 잠실 KIA전서 리즈는 선발로 등판해 7⅓이닝동안 4안타 1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아냈다.
이에 대해 박종훈 감독은 "리즈는 배우려는 자세가 돼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 야구가 많이 늘었다. 이전엔 힘으로만 던졌다면 지금은 경기를 조율하면서 피칭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리즈가 지난해 곤잘레스와 달리 팀에 흡수되는 용병으로 거듭난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었다. 박 감독은 "작년에 곤잘레스는 시범경기를 앞두고 급히 입국했다. 몸상태도 몰랐고, 선수가 원하는대로 하게 했는데 그 방법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며 "이번에 리즈와 주키치를 보면서 용병도 마무리캠프나 스프링캠프때부터 팀에 합류시키는 게 빨리 적응시키는 지름길 같다"고 설명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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