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우 기자의 제철미식기행=섭국>

    기사입력 2017-07-17 13:57:20

    섭국
    7월 중순, 덥다고 아우성이다. 장마철의 습한 기운이 한 밤까지 이어지니 도대체 여름휴가가 왜 필요한 것인지를 실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산, 바다, 계곡… 어느 한 곳을 찾아도 늘 살짝 아쉽기 만하다. 이럴 땐 이른바 '멀티 기행지'가 대안이다.

    설악 준령에 자리 잡은 강원도 양양은 산과 바다의 정취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대표적 여행지다. 서늘한 원시림 계곡에서 더위를 식히고, 작렬하는 태양 아래 푸르른 동해를 즐길 수 있어 '쿨(Cool)& 핫(Hot)'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피서지다. 특히 무더위에 까칠해진 입맛까지 되돌릴 수 있는 섭국, 뚜거리탕, 물회 등 강원도 산촌과 해안의 다양한 별미도 갖추고 있으니 맛깔스런 '웰빙 휴가'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강원도 양양지방에는 여름철 즐겨 먹는 대표적인 보양식이 있다. 섭국이 그것이다.

    자연산 홍합을 강원도 양양 지방에선 '섭'이라 부른다. 남해안에서 건져 올린 홍합에 비해 더 쫄깃 거리는 게 자연의 느낌을 더한다. 듬성듬성 섭을 썰어 넣고 부추, 미나리, 양파, 마늘, 당면, 된장 등을 풀어서 칼칼하게 끓여 낸 게 맛과 영양 모두 흡족한 보양별미가 된다. 섭이 해산물인 관계로 그 맛이 추어탕과는 좀 다르다. 매운탕도 아닌 것이 걸쭉한 듯 칼칼 구수한 맛을 담아낸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는 "복날 섭국 한 대접이면 가을 문턱을 넘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보양식으로 애용하고 있다.

    홍합은 고단백 저지방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간의 해독작용을 돕는 타우린도 풍부하다. 때문에 양양바닷가에 놀러 왔다가 싱싱한 횟감에 소주 한 잔을 했다면 섭국이 최고의 해장국이 된다.

    섭은 일반 홍합과는 모양이 좀 다르다. 껍데기가 흑진주처럼 반들거리고 보랏빛이 살짝 감도는데, 양식보다 두어 배 큼직하고 또 그만큼 비싸다. 특히 바닷속 바위에 붙어 살다보니 따개비, 해조류도 달라붙어 있어서 자연산 느낌이 물씬 풍긴다. 양양의 섭국 전문 식당가에서는 주로 바다 속 5m 이내에서 자생하는 섭을 구해다 쓴다. 그 정도의 깊이에서 자라는 섭이라야 파도가 치면서 발생시키는 기포를 맞고 성장해서 육질이 부드러운 듯 쫄깃 거리는 특등품이 되기 때문이다.

    여름철 양양에는 또 다른 보양식이 있다. 뚜거리탕이 그것이다. '뚜거리'라는 민물고기로 탕을 끓여낸 것인데, 마치 전라도식 추어탕처럼 끓이는 방식도, 맛도 비슷하다.

    뚜거리(일명 '뚝거리')는 연어, 은어 회귀로 유명한 양양 남대천이 주요 서식지로, 바위나 모래에 낀 물이끼를 먹고 산다. 몸길이가 불과 5~10cm 남짓한데, 생김새는 작은 메기를 연상케 한다.

    동해안 사람들의 여름 보양식, 뚜거리탕은 된장을 풀어 배추우거지와 고사리, 대파를 넣고 고추를 갈아 넣어서 국물이 얼큰하다.

    뚜거리는 생김새에 비해 그 맛이나 영양이 아주 뛰어나다. 단백질, 칼슘, 칼륨, 니아신 등의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는데다, 국물을 걸쭉하게 하고 위궤양을 방지해주는 점액소 '무틴(mutin)' 성분이 들어있어 소화도 곧잘 된다.

    이맘때 강원도 양양 등 동해안에서는 이열치열 보양식 말고 시원한 별밋거리도 있다. '물회'가 그것이다. 포구마다 가자미, 오징어, 전복 등 쏟아져 들어오는 싱싱한 제철 생선들로 물회를 말아낸다. 새콤, 매콤, 달콤하면서도 해산물의 육질이 그대로 살아있는 데다 살짝 언 살얼음이 온몸을 짜릿하게 해준다. 요즘 같은 더위에 맛보면 더할 나위 없을 음식이다. 특히 여름철은 전복 물회도 맛날 때다. 동해바다에서 건져 올린 자연산 전복은 어른 손바닥만 하다. 싱싱한 전복은 무슨 아이스바 처럼 육질이 부드럽다. 갓 따온 것을 크게 한입 베어 먹자면 전복 본연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가 있다. 일식집의 얇게 썰어둔 전복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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