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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한국축구, 일본만 못하다]아시아 해외파의 중심, 이제는 일본이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1-03 16:18 | 최종수정 2013-01-04 08:23


박지성(오른쪽)과 가가와 신지. 스포츠조선DB.

당신이 유럽의 중소 클럽 구단주라고 가정해보자. 나이, 신체조건, 심지어 실력까지 비슷한 한국과 일본의 선수가 있다. 과연 누구를 영입할 것인가. 애국심을 배제한다면 답은 쉽게 나온다.

엄청난 열기를 보여준 2002년 한-일월드컵은 유럽 클럽들의 한국시장에 대한 기대심리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송종국 김남일 이천수 등이 차례로 실패를 했다. 단순한 경기력 차원이 아니다. 마케팅에서 재앙에 가까운 성적표를 보였다. 송종국을 영입했던 페예노르트와 안정환을 데려간 페루지아는 대놓고 불만을 표출했다. 다행히 박지성(QPR)의 등장은 유럽의 한국축구에 대한 시각을 바꾸었다. 마케팅을 넘어선 실력을 인정받았다. 박지성은 세계 최고의 클럽인 맨유에서 뛰며 아시아 최초로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까지 밟았다. 박지성을 앞세운 한국은 아시아 유럽파의 중심이었다.

반면 일본 선수의 유럽 진출은 마케팅용이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나카타 히데토시 같은 히트상품도 있었지만, '유니폼 판매원'이라는 조롱을 받았던 이나모토 준이치와 같은 사례가 더 많았다. 하지만 일본은 얼어붙은 축구시장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무대였다. 유럽 하위 리그의 하위권팀들은 재정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검증된 일본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일본 유럽파는 네덜란드, 벨기에 등 작은 무대에 모여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주로 빅리그에서 뛰는 한국 유럽파와의 비교는 무의미했다.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 일본 선수들의 유럽 진출 러시는 단순한 마케팅 차원만이 아니다. 실력 자체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2011년 아시안컵 우승 당시 일본이 보여준 경기력은 대단했다. 유럽 수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아시안컵 이후 일본 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가속화됐다. 탄탄한 기본기를 앞세운 일본 선수들은 빠르게 유럽축구에 녹아들었다. 가가와 신지(맨유), 나가토모 유토(인터밀란), 혼다 게이스케(CSKA)는 이미 스타반열에 올랐다. 공격과 사이드 쪽에 유럽 리거가 편중돼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의 경우는 전 포지션 선수들이 고르게 유럽무대에 진출해 있다. 골키퍼, 센터백, 측면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 등 A대표팀의 전 포지션을 유럽파로 채울 수도 있을 정도다. 모범적 생활태도와 마케팅 능력에 실력까지 갖춘 일본 선수들은 매력적인 영입대상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는 무려 9명의 선수가 진출, 일본 열풍이 불고 있다.

2012년 여름 '한국의 에이스' 박지성이 떠난 맨유에 '일본의 에이스' 가가와가 들어온 것은 한-일 유럽파의 현재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유럽에서도 한국은 일본에 뒤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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