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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유럽의 중소 클럽 구단주라고 가정해보자. 나이, 신체조건, 심지어 실력까지 비슷한 한국과 일본의 선수가 있다. 과연 누구를 영입할 것인가. 애국심을 배제한다면 답은 쉽게 나온다.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 일본 선수들의 유럽 진출 러시는 단순한 마케팅 차원만이 아니다. 실력 자체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2011년 아시안컵 우승 당시 일본이 보여준 경기력은 대단했다. 유럽 수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아시안컵 이후 일본 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가속화됐다. 탄탄한 기본기를 앞세운 일본 선수들은 빠르게 유럽축구에 녹아들었다. 가가와 신지(맨유), 나가토모 유토(인터밀란), 혼다 게이스케(CSKA)는 이미 스타반열에 올랐다. 공격과 사이드 쪽에 유럽 리거가 편중돼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의 경우는 전 포지션 선수들이 고르게 유럽무대에 진출해 있다. 골키퍼, 센터백, 측면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 등 A대표팀의 전 포지션을 유럽파로 채울 수도 있을 정도다. 모범적 생활태도와 마케팅 능력에 실력까지 갖춘 일본 선수들은 매력적인 영입대상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는 무려 9명의 선수가 진출, 일본 열풍이 불고 있다.
2012년 여름 '한국의 에이스' 박지성이 떠난 맨유에 '일본의 에이스' 가가와가 들어온 것은 한-일 유럽파의 현재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유럽에서도 한국은 일본에 뒤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