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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왜 큰 손들은 엔터를 선택했을까 .
통신사 중에서는 KT가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T는 자회사 KT스튜디오를 앞세워 콘텐츠 제작에 나섰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성공으로 재미를 본 KT 시즌은 CJ ENM 티빙을 합병해 몸집을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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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바이오 기업도 엔터와의 외도에 빠졌다. 셀트리온홀딩스는 2012년부터 100% 지분을 투자한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엔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휴온스도 지난해 휴온스블러썸을 자회사로 신규 편입했다. 휴온스블러썸에는 웹드라마, 영화 등을 제작하는 블러썸스토리와 블러썸픽쳐스가 종속돼있다.
이밖에 모바일 서비스 기업 옐로모바일은 나얼 정엽 버즈 등이 소속된 산타뮤직을 인수했고, 브이티지지엠피는 2020년 큐브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패션그룹 F&F도 드라마 제작사 빅토리콘텐츠를 인수한데 이어 F&F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콘텐츠 제작 투자에 뛰어들었다. 물류회사 한진도 단편영화 '백일몽'을 제작한데 이어 게임 브랜드 굿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로지테인먼트 역량 강화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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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슈퍼 IP'다. 이제는 콘텐츠가 가장 중요해진 시대다. 강력한 무기가 없다면, 또 이 무기를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내지 못하면 무한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 지점에서 바로 엔터의 IP 가치가 빛난다. 각사의 IP에 엔터IP를 더해 콘텐츠 영향력을 다방면으로 키워 실적을 끌어올리고 이미지를 제고하는 등 사업 시너지를 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폭넓은 팬덤을 품고 소비층을 확장할 수 있다는 메리트도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리그 오브 레전드'는 애니메이션 '아케인'을 선보여 넷플릭스 전세계 시청 1위를 기록했다. 넷마블이 선보인 '마블 퓨처파이트' 게임은 지난해 글로벌 누적 가입자 수만 1억 5000만명을 달성하기도 했다.
게임 산업을 예로 들긴 했지만 타 분야에서도 충분히 각자의 IP를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제작해 관심 없던 이들까지 잠재적 고객으로 흡수하거나 연예인 인지도를 이용해 팬덤에게 어필, 단일 IP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 다변화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각자의 IP에 스토리와 캐릭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엔터 종목 특성은 소비자 몰입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려 IP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러모로 매력적인 미래 먹거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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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엔씨는 무려 1000억원대에 달하는 자사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 유니버스를 야심차게 출범시켰지만, 결국 지난해 12월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금리 인상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에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분위기이기도 하고, 인건비 부담 증가 등 대내외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현 경쟁구도에서 승산이 높지 않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든 엔터 사업의 핵심은 '연예인'이다. 그러나 엔씨는 연예 기획사를 운영하지 않다 보니 다른 기획사 소속 가수들과 계약을 맺는 수밖에 없는데다 경쟁사인 하이브(위버스)나 SM엔터테인먼트(버블)과 달리 수익도 배분해줘야 한다. 그러다 보니 기획사의 요구에 휘둘리기 십상이고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결국 엔씨는 엔터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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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도 많다. 시기적, 사회적 분위기에 유독 민감하기도 하고 사람이 근간이 되는 사업인 만큼 철저한 관리에도 잠재된 리스크는 높다.
한 관계자는 "엔터는 물건이 아닌 감정과 공감을 파는 사업이다. 이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엔터에 접근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아이돌 그룹을 예로 들자면 데뷔조를 선발할 때부터 팀 콘셉트와 세계관을 구상한다. 여기에 맞춰 포지셔닝을 하고 데뷔 후에도 앨범이나 뮤직비디오 등에 세계관에 기반을 둔 스토리를 풀어낸다. 또 '떡밤'을 숨겨 놓으며 국내외 팬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이와 함께 국내 활동과 해외 활동 계획까지 종합적으로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겪다 보면 초기 투자 비용이 방대해 질수밖에 없는데 수익이 플러스로 찍힐 때까지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이처럼 인고의 세월을 거쳐내지 못한다면, 엔터에서의 성공도 없다. 단기적인 숫자에 집중할 게 아니라 국내외 시장에서 어필할 수 있는 셀링 포인트부터 중장기적 마케팅 플랜을 모두 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