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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에 실패한 성남, 2부 강등은 정해진 운명이었다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2-10-10 12:26 | 최종수정 2022-10-10 16:41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성남FC 골키퍼 김영광(39)은 지난 9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김천 상무전에서 1대1로 비기고 나서 한쪽 무릎을 꿇고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다른 선수들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날 경기는 성남이 '하나원큐 K리그1 2022'에서 이기지 못한 29경기 중 1경기였지만, 이번 무승부가 주는 데미지는 컸다. 승점 26점인 최하위 성남은 남은 3경기를 남기고 강등 플레이오프권인 11위 김천(36점)과의 승점차가 10점이 되며 조기 강등이 확정됐다. 2019년 승격 후 4시즌 만의 추락이다.

성남의 강등은 예고된 참사였다. 준비부터 실패했다. 지난 두 시즌 김남일 전 감독 체제에서 극적인 잔류를 이끈 '공신'들이 계약만료 등으로 인해 하나둘 팀을 떠났다. 스쿼드에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했지만, K리그1에서 상무를 제외한 11개팀 중 가장 적은 예산을 쓰는 팀 사정상 경쟁력있는 선수를 영입하기 어려웠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김 감독은 수비수에게 큰 돈을 쓰기로 결정했다. 성남식 스리백을 잔류의 핵심 키워드로 삼은 것이다. 포항에서 뛰던 권완규에게 성남FC 역대 국내 선수 최고 수준의 연봉을 지급하는 파격을 택했다. 부상을 달고 있던 전 전북 수비수 김민혁의 연봉도 적지 않았다. 기존 수비수인 마상훈과도 인상된 연봉으로 재계약했다. 1991년 동갑내기인 세 선수가 든든히 뒷문을 지켜주길 바랐다. 그런데 잔류 싸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34라운드 수원전(0대2 패)에 나선 스리백은 연제운 곽광선 조성욱이었다. 부상을 하기 전까지 성남의 수비를 책임진 건 2004년생 김지수였다. 베테랑 곽광선은 33라운드 포항전과 34라운드 수원전에서 연속해서 자책골을 넣었다. 성남의 플랜이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성남은 서울 공격수 박동진을 영입하기 위해 한 달가량을 소요했다. 이적료를 장전해두고 서울의 답을 기다렸지만, 안익수 서울 감독은 박동진을 남기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 이적시장은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부랴부랴 이종호, 팔라시오스를 영입했지만 동계훈련을 함께한 기존 선수단에 빠르게 녹아드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었다. 시즌 초부터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로 분류되는 권완규 김민혁(미드필더) 뮬리치 등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중심축을 잃은 팀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개막 후 6경기 연속 무승 뒤에 첫 승을 어렵사리 따냈고, 그 이후 다시 6경기 무승 늪에 빠졌다. 승리와 연패가 반복됐다. 5라운드 대구전(1대3) 패배 이후 최하위로 추락한 뒤 김천전까지 장장 211일 동안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두 시즌엔 여름에 영입한 나상호(현 서울) 권경원(현 감바 오사카)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선수들이 훈련을 하는 중 경찰이 정자동 클럽하우스를 압수수색을 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성남FC 의혹'이 보도되는 등 외풍에 흔들렸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성남FC를 처분하겠단 의지를 피력했다. 연고 이전 가능성도 떠올랐다. 이러한 정치적인 이슈로 스폰서의 발길이 끊겨 반전을 도모할 동력을 잃었다. 시즌 초, 김 전 감독이 사퇴를 암시했다가 번복하는 일도 있었다. 리더십이 흔들린다는 방증이었다. 김 전 감독은 정해진 베스트일레븐을 통한 조직력보다는 변칙 기용과 전술 변화로 반전을 도모했다. 성남은 개막 후 35라운드까지 라운드마다 평균 5.7명씩 바꿨다. 12개팀 중 변화 폭이 가장 컸다. 스쿼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로테이션, 선수들의 잦은 부상으로 인한 로테이션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정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지난 8월, 김 전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하지만 타이밍이 늦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성남의 수석코치였던 정경호 대행 체제로 돌입 후 2연승을 하며 '반짝 반등'에 성공한 성남은 이후 내리 6경기 연속 무승에 빠지며 결국 강등 운명을 맞이했다.

정 대행은 "주어진 시간 속에서 어떻게 하면 희망과 기적을 (팬들께)드릴까 고민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과는 정해졌으나, 축구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팬들이 성남FC를 지킬 수 있게 우리가 지지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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