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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인수전에 넷마블과 카카오가 차례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판이 커지고 있다.
넷마블은 '넥슨의 유무형 가치는 한국 게임산업의 주요 자산이기에, 해외 매각 시 국내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거창한 이유를 내세웠고, 카카오는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세우지 않았지만 두 회사 모두 실보다는 득이 많기에 뛰어든 것은 분명하다.
우선 넷마블은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사일뿐 아니라 모바일 앱마켓 분석사이트 앱애니가 연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모바일게임 매출 5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늘 아쉬운 점은 자체 IP(지식재산권)가 부족하다는 현실이다. 넷마블보다 매출 상위권에 있는 중국 텐센트와 넷이즈가 자사의 IP에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품고 있고, 이어 미국의 블리자드와 일본의 반다이남코가 인기 IP를 다수 보유한 전통의 게임사인 것을 감안했을 때, 이를 뛰어넘기 위해선 IP 확보가 절대 명제라 할 수 있다. 카밤과 잼시티 등 미국 개발사를 인수한 후에도, 지난 2017년 코스피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활발한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있는 넷마블에게 넥슨 온라인게임 IP는 매혹적인 인수 대상이다.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게임즈라는 관계사를 가지고 있지만, 카카오게임즈가 주로 퍼블리싱을 하는 회사인데다 캐주얼게임 IP가 주력이기에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기 위해선 역시 넥슨의 IP가 필요하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차량 공유와 택시,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여러 규제와 치열한 경쟁으로 국내에서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콘텐츠인 게임의 확보는 글로벌 모바일 최강자를 노리는 카카오에겐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도 할 수 있다.
두 회사와 넥슨의 지주사인 NXC 김정주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도 흥미롭다. 넷마블 방준혁 의장과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김 대표와 함께 게임 1세대로 꼽힌다. 방 의장과 김 의장은 각각 넷마블과 한게임이라는 웹보드 플랫폼을 일궈냈고, 김 대표는 온라인게임에 주로 집중했지만 다양한 관계로 얽혀 있다. 김범수 의장과 김정주 대표는 서울대 공대 86학번 동문이다. 방 의장과 김 대표는 지난 2011년 '서든어택'의 서비스 권한이 넷마블에서 넥슨으로 바뀔 때 인연이 있다. 당시 업계를 떠나있다가 넷마블에 복귀한 방 의장은 김정주 대표를 만나 치밀한 협상 끝에 공동 서비스를 이끌어내며 친분을 유지해왔다. 김정주 대표가 방 의장에게 넥슨 인수를 개인적으로 타진했다고 알려졌는데 이런 이유이기도 하다.
누구에게 안길까
넷마블과 카카오 두 회사뿐 아니라 인수전에 뛰어든 텐센트나 국내외 사모펀드도 단독으로 인수 자금을 대기는 힘든 상황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넷마블은 2조8000억원, 카카오는 2조3000억원의 현금 동원력을 가진 것으로 추산된다.
일단 넷마블이 먼저 치고 나가는 형국이다. 넷마블은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그리고 텐센트와 연합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넷마블의 주가는 8일 전날보다 최대 16.89%까지 올랐다가 결국 8.68%(9500원)에 오른 상태로 마감됐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상장 등을 통해 큰 이익을 얻고 빠지는 대표적인 재무적 투자자(FI)이지만, 텐센트는 전략적 투자자(SI)로 꼽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텐센트는 중국 국내에서의 규제로 인한 사업 부진에다가 '던전앤파이터'의 서비스로 넥슨에 한 해 1조원 넘는 이익을 안겨주고 있어 넥슨 인수전에 가장 먼저 후보로 꼽혔지만, 중국 자본에 대한 거부 정서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하지만 넷마블과 손을 잡을 경우 이를 충분히 우회할 수 있는데다, 17조원이 넘는 현금 동원력이 있고, IP까지 확보할 수 있어 가장 강력한 컨소시움으로 꼽힌다. 공교롭게 넷마블과 카카오에 각각 3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카카오는 법무법인 세종을 파트너로 선정한 가운데 국내 자본뿐 아니라 미국계 사모펀드 TPG, 중국계 앤트파이낸셜 등 이미 다양한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파트너들이 있어 충분한 자금을 동원할 능력은 있다고 볼 수 있다. 텐센트와 넷마블과의 얽힌 지분 관계를 고려해 전격적으로 넷마블 컨소시움에 합류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넷마블에서 넥슨 인수전을 이끌고 있는 서장원 경영전략담당 부사장이 세종에서 인수합병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는 점은 흥미 포인트인 동시에 이 시나리오를 가능케 하는 요소다.
여기에 미국계 KKR, 칼라일, 베인캐피털 등도 참가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이 주로 엑시트를 고려하는 재무적 투자자들이기에 기업 유지 및 발전 가능성에 대한 항목에선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할 수 있다.
향후 구도는
넥슨의 향배는 글로벌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넥슨의 지난해 매출이 2조5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역시 비슷한 규모의 매출이 예상되는 넷마블이 합쳐질 경우 5조원 매출로 껑충 뛰게 된다. 외형적 매출뿐 아니라 넥슨이 가진 다양한 IP가 모바일게임으로 제작돼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넷마블과 넥슨 연합이 탄생하면 가뜩이나 문제가 되고 있는 게임산업 양극화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이 넥슨의 인력과 개발조직을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넷마블처럼 모바일 우선으로 개편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 IP와 인력의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카카오 컨소시움이 인수할 경우 카카오게임즈와 어떤 연합 전선을 구축할지도 관심거리다. 카카오게임즈가 캐주얼게임과 퍼블리싱 사업 위주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업 부문이 겹치기 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해외 자본의 품에 안길 경우 유출에 대한 우려와 함께 김정주 대표에 가해지는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넥슨 인력들이 이합집산을 하게 되면서 오히려 한국 게임산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게임사 대표는 "넥슨이 모바일게임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인수합병으로 회사가 커졌고,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개발자들의 '무임승차'가 많아진 탓도 있다"며 "핵심 인력들이 흩어지면 넥슨 자체의 경쟁력은 떨어지더라도, 산업 전체적으로 고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런 면이 넥슨 인수전을 나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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