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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44주년 현대중공업 '잔인한 3월'…대내외 악재 잇따라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6-03-23 09:00


23일 창사 44주년을 맞은 현대중공업이 창립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조선업계 장기 불황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최근 10일 동안 ▲사외이사 선임 논란 ▲천문학적 세금 폭탄 ▲근로자 사망사고 ▲사측의 노조 감시 구설수 등 악재가 잇따랐다. 취임 18개월을 맞은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책임 경영, 변화, 신뢰회복, 안전'이 빛이 바랬다.

이처럼 '잔인한 3월'을 맞고 있는 현대중공업에 대해 '벼랑 끝에 몰렸다', '곪았던 일이 터졌다' 등 안타까움과 비난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몽준 대주주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가 책임경영 체제를 통해 위기를 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10일간 현대중공업에서 벌어진 대·내외적 악재들을 날짜별로 정리했다.

3월 9일 : 사외이사 후보 교체로 주총 돌연 연기

현대중공업은 지난 18일 개최 예정이었던 정기 주주총회를 오는 25일로 갑작스레 연기했다. 주총날짜 변경 이유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사외이사 후보 교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난 9일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였던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회사 측에 일신상의 이유로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알려왔다"며 "사외이사 후보가 바뀌면서 주총일자를 연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이사회를 열고 홍기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로 결정했다. 민 전 행장은 최근 SDJ코퍼레이션 고문을 맡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적정성 논란이 일었다. 한편, 25일 열리는 주총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회사 경영정책에 대한 주주와 노조의 불만들이 쏟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월 16일 : 1200억원 세금 폭탄에 "과도하다"


수년 동안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1200억원의 세금 폭탄까지 맞을 위기에 놓였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과세 규모가 지나치다며 국세청에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해 4월 국세청으로부터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현대중공업은 1200억원의 세금을 내라는 통보를 최근 받았다. 이대로 세금 추징이 이뤄지면 현대중공업의 영업 손실은 1000억여원 가량 늘어 3년 연속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일부 추징 세금만 내고 과세전 적부심사와 조세 심판을 청구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너무하다. 조선 경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세금 추징이다"고 토로했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부실로 지난 2014년 약 3조2000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지난해에도 1조5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3월 18일 : "노조활동 조직적 개입"vs "개인의 돌출 행동"

2013년까지 19년 연속 무분규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이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노조를 사찰하고 노조 활동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지난 18일 현대중공업에서 2011년까지 노무담당으로 일하다 퇴사한 A씨의 동영상과 수첩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A씨는 회사가 노조 조합원 성향을 R(적색·강성 성향), Y(노란색·중립 성향), W(흰색·친회사 성향) 등 세 가지로 분류했다. A씨는 일부 강성 노조원에 대한 행동 보고서 작성, 노조 대의원 선거 개입, 하청근로자 블랙리스트 작성 등을 했다고 지회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수첩은 5년 전에 개인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사가 조직적으로 노조원을 사찰하고 노조 대의원 선거에 개입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은 없다. 개인의 돌출적 행동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과거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고쳐나가겠다"며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악재가 잇따라 착잡하다"고 덧붙였다.

3월 19일 : 올 들어 두 번째 사망사고…안전시설 미비?

현대중공업에서 또다시 하청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2014년 12명, 2015년 3명이 사고로 숨졌다. 올들어서도 2월에 이은 두 번째 사망사고다. 현대중공업과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새벽 해양도장부 소속 하청노동자 B씨(44)가 바다에서 익사한 상태로 발견됐다.

B씨는 전날 밤 동료들보다 먼저 작업장으로 출발했다가 발을 헛디뎌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현장을 살펴본 지회는 "안벽에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핸드레일(작업시 추락을 막기 위한 난간) 안전시설이 되어 있지 않았다"면서 안전시설 미비로 인한 산업재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측은 "해경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사고 현장에 안전펜스는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현대중공업에서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는 작업장 4곳에 부분 작업중지, 인화성 가스가 누출된 설비 1곳에 사용중지 명령을 지난 15일 각각 내렸다. 노동지청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산업안전보건 정기감독을 실시해 원청과 협력업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86건을 적발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사진출처=현대중공업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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