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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체육]원영신 여성체육학회장"스포츠 양성평등법 시급"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6-02 09:29 | 최종수정 2015-06-03 07:23


◇지난달 12일 서울 신촌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연구실에서 만난 원영신 여성체육학회장은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스포츠 양성평등 법안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지난달 12일 서울 신촌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연구실에서 만난 원영신 여성체육학회장은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스포츠 양성평등 법안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하나, 우리는 체육 실천가로서 여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통해 전인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양성이 평등한 학교 문화를 만들어갈 것을 다짐한다."

지난 4월 10일 오후 서울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한국여성체육학회 춘계학술대회, 원영신 한국여성체육학회장(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의 선창에 여성 체육인들이 씩씩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한 양성평등 선포식'이었다. "하나, 우리는 체육 전문가로서 여학생 및 여성의 다양한 체육활동 참여 및 사회 진출 촉진을 위해 체육 양성평등법 제정에 적극 동참한다." 학교 현장, 남녀 체육 교육의 평등을 이루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 '체육 양성평등법' 제정을 화두 삼았다. 여성 대통령 시대,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해 여성 스포츠 리더들이 나섰다. 5월 중순 연세대 신촌 캠퍼스 연구실에서 원 회장을 만났다.

여성체육학회의 수장인 원 회장은 여학생들이 체육을 싫어한다는 것은 '편견'이라는 말에 동의했다. '수용자'인 여학생 중심의 체육 교육, 생애주기에 맞는 일관성 있는 체육교육 정책 및 프로그램을 강조했다.

원 회장은 "사람마다 능력과 취향은 다르지만, 움직임은 본능이다. 성향에 따라 조용한 운동을 선호할 수도 있고, 격렬한 스포츠를 좋아할 수도 있다"고 했다.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이 아닌 다양한 프로그램과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여학생들의 의견에 귀를 더 기울여야 한다. '여자 애들은 요가나 댄스를 해야 한다?' 꼭 그렇지는 않다. 정답은 없다. 여학생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좋은 체육을 위해 무얼 해주면 좋겠나, 계속 물어봐야 한다. 수용자 중심의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생애주기별 일관된 여학생 체육교육의 흐름을 강조했다. "유치원 보육교사, 초등학교 저학년 여교사들부터 체육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여학생들이 체육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 습관을 꼽았다. "가장 중요한 유아기 초등학교 때 '움직임' 교육이 제대로 돼야 한다. '여자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길러진다'는 말처럼 유아기의 체육 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다. "앞구르기, 뒤구르기를 통해 '내 몸이 어떻게 생겼나, 어디를 펴고 어디를 구부리나…' 자신의 몸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어려서부터 아빠 엄마와 함께 뛰어노는 것, '패밀리 스포츠'의 습관 역시 중요하다.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사춘기, 중학생 때 갑자기 운동하라고 하면, 할 수가 없다. 철저히 '생애주기' 프로그램으로 가야 한다. 운동의 흐름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치원생들의 학예회에도 곧잘 등장하는 '댄스 스포츠' 열풍을 단호히 비판했다. "단순히 어른을 흉내내는 댄스 스포츠는 절대 안된다"고 했다. "몸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먼저다. 발달 단계에 맞는 창의적 움직임이 먼저인데 무턱대고 기술, 기능부터 가르치는 것은 문제다. 꼬마들이 야한 옷을 입고, 뾰족구두를 신고, '룸바'같은 사랑의 춤을 추는 식의 댄스 스포츠는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스포츠는 룰(rule, 규칙)이 있고, 롤(role, 역할)이 있다. 룰과 롤에 따라 관계는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개인 스포츠가 아닌 '관계'를 형성하는 스포츠 교육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 현장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부모도 교사도 트렌드에 좌지우지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트렌드에 따른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줘야 한다. 선생님이 재미있고, 편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한테 좋은 것, 필요한 것을 줘야 한다. 수용자가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퇴계 이황이 쓴 건강서적 '활인심방'에 나온 동작을 활용해 만든 '양생(養生)체조'를 보급해온 원 회장은 '우리것'과 '정신'을 중시하는 한국형 체육 교육을 이야기했다. "우리것도 한번 더 생각했으면 좋겠다. 동양과 서양은 다르다. 동양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중시한다. 우리는 태어날 때 한살을 먹고 나온다. 뱃속 태아기를 한살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양은 마음부터 다스린다. 수련한다. 그 다음에 기술을 가르친다"고 덧붙였다. "체육교육에서 우선돼야 할 것은 기술, 기능이 아니라 몸에 대한 이해와 스포츠 정신이다. 스포츠의 본질, 스포츠맨십, 페어플레이 정신에 대한 교육도 좀더 강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스포츠는 몸만 다스리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부분'이 멋있다. 조식(調息) 조신(調身) 조심(調心), 호흡과 몸과 마음을 바루는 일, 결국은 건강이다"

여성체육학회가 60주년을 맞은 올해, 원 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학교체육 활성화, 특히 여학생 체육 활성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여성 대통령 시대, 여성체육학회가 여성체육, 여학생 체육을 위해 역할을 해야하는 시간"이라고 규정했다. 법적 제도, 시스템의 정착을 선결과제 삼았다. "스포츠 양성 평등법 제정을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현장을 가장 확실히 바꿀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법, 제도화다. 남녀학생에게 동일한 체육교육의 환경과 기회를 만들어주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2년 미국 교육평등법 '타이틀 나인'이 여학생 체육 활성화의 기폭제가 됐듯이, 제도의 강제성을 갖고서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원 회장은 여성들의 미(美)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언급했다. "지난 4월 프랑스 하원에서 '말라깽이 모델 활동 금지법'이 통과됐다. 지나치게 마른 모델의 고용 및 활동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비쩍 마른 몸이나 쭉빵 몸매처럼 매스미디어를 통해 고착화되고 획일화된 미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정말 아름다운 것은 성형미가 아닌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미다. 건강미를 추구하고,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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