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창간특집]이건희 IOC 위원 후계자는 아들? 사위?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03-19 17:37 | 최종수정 2012-03-20 16:30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부인 홍라희 여사(왼쪽),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손을 잡고 공개 석상에 나타난 모습. 사진제공=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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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CES 2010)를 찾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왼쪽부터)이 전기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스포츠 외교관' 정도가 아니라 세계 스포츠를 움직이는 '스포츠 대통령'이라고 부를만 하다. 어쩌면 대통령보다 더 영광스러운 자리다. IOC에 가맹한 204개 국가 중 IOC 위원을 보유한 국가는 76개국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의 IOC 위원 106명이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고, 세계 스포츠계의 진로와 방향을 결정한다.

IOC 위원 숫자는 한 국가의 스포츠 역량을 보여주는 지표다. 현재 한국에는 이건희(70)와 문대성(36), 두 명의 IOC 위원이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지난해 7월 남아공 더반 IOC 총회는 이건희 위원의 영향력을 보여준 무대였다.

스포츠와 연관이 있는 재벌기업 오너나 2~3세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리가 IOC 위원이다. 유럽이나 중동의 경우 왕족이 IOC 위원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엄청난 부를 소유한 기업 오너 일가에게 IOC 위원직은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고속 엘리베이터다.

IOC 위원을 노리고 있는 기업 오너는 누가 있을까.

먼저 이건희 위원의 사위인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44)과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으로 대회 유치에 공헌한 조양호 대한탁구협회장(63)이 꼽히고,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장(52)이 거론된다.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총괄사장을 맡고 있는 김재열 회장과 한진그룹 총수인 조양호 회장은 지난달 나란히 대한체육회(KOC) 부회장에 선출됐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72)이 둘을 스포츠 외교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 취한 조치다.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도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같하다.


이건희 IOC 위원의 둘째 사위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사진출처=대한빙상경기연맹
사위냐, 아들이냐, 딸이냐

세계 최대의 IT기업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이건희 위원은 한국 스포츠 외교의 정점에 서 있다. 1996년 IOC 위원에 선출된 그는 2008년 7월 조세포탈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자 1년 넘게 IOC 위원 활동을 스스로 중지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이건희 위원이 활동을 중지한 기간에 국제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미스터 리는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고 했다. 그만큼 이건희 위원의 영향력이 크다는 방증이다. 2009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건희 위원을 특별사면, IOC 위원으로 복귀하게 했다.

이건희 위원은 삼성전자의 주요 국외 행사는 물론,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67) 등 가족을 대동한다. 그런데 2011년 7월 더반 IOC 총회 내내 이건희 위원 곁을 그림자처럼 지켜 주목받은 사람이 있다. 이건희 위원의 둘째 사위인 김재열 회장이었다. 지난해 12월 제일모직 사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으로 옮긴 김재열 회장은 이건희 위원의 둘째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39)의 남편이다.


더반 IOC 총회에서 김재열 회장은 장인과 함께 하면서 국제 스포츠계에 확실하게 이름을 알렸다. 일반인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김재열 회장이 장인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공인된 것이다. 체육인들은 이건희 위원이 그동안 쌓은 국제 스포츠 인맥을 사위에게 자연스럽게 연결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재열 회장이 빙상연맹 수장이 된 것은 2011년 3월이다. 삼성이 수많은 종목을 후원하고 있지만 오너 일가 스포츠 단체장은 김재열 회장이 유일하다. 이건희 위원이 일단 스포츠 부문 후계자로 김재열 회장을 낙점했다고 봐야 한다. 이건희 위원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44)은 종종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보기위해 경기장을 찾을 정도로 프로야구에는 관심이 많지만 공식적으로 스포츠에 관여하지는 않고 있다.

그럼 향후 이건희 위원의 IOC 위원직은 누가 승계할까. 물론, 엄밀하게 말해 IOC 위원직 승계는 불가능하다. IOC 위원은 총회에서 선출한다. 이건희 위원의 경우 삼성전자가 IOC 스폰서가 되기 전에 개인 자격으로 IOC 위원이 됐다. 하지만 모든 국제 스포츠 기구가 그렇듯이 IOC도 결국 인맥이 좌우한다. 이건희 위원은 IOC 후원사인 삼성전자 회장으로서, 16년간 IOC 위원으로서 국제 스포츠계의 거물이 됐다. 이건희 위원이 향후 IOC 위원직에서 물러난다 하더라도 그의 영향력이라면 후계자를 IOC 위원으로 밀 수 있다는 게 체육계 인사들의 설명이다. IOC는 1999년 헌장을 개정해 위원의 정년을 70세로 못 박았지만 1999년 이전에 선임된 위원은 80세까지 신분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80세까지 위원직을 유지하게 된 이건희 위원은 향후 누구를 IOC 위원으로 내세울까. 현 상황에서 보면 스포츠 단체에 몸 담고 있는 김재열 회장이 유력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MBA(경영학 석사) 출신인 김재열 회장은 영어에 능통하고, 국제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다. 빙상연맹을 맡기 전인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행사 때 이건희 위원을 수행했는데, 당시 장인으로부터 해박한 스포츠 지식과 세련된 매너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물론 IOC 위원직은 단일 종목 국제 스포츠 단체장과는 차원이 다른 자리다. 세계적인 저명인사가 된다는 의미이고, 개인적인 명예 뿐만 아니라 기업의 위상과 브랜드 가치 제고와도 밀접한 관계다.


조양호 대한탁구협회장 겸 대한체육회 부회장. 사진제공=대한항공
이건희 위원이 삼성전자를 물려받게 될 아들 이재용 사장이나 첫째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42)이 아닌 사위에게 IOC 위원직을 물려줄 지 여부는 그래서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 될 것 같다. IOC 위원직은 천문학적인 재산 못지않은 가치가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사장이 당장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정적인 순간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현재 스포츠 관련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이부진 사장 또한 아버지의 신임이 같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부진 사장은 '리틀 이건희'로 불릴 만큼 추진력이 뛰어나고 경력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한때 재계에서는 이재용 사장이 아닌 이부진 사장이 삼성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있었다.

결국 서울 청운중 동기동창인 김재열 회장과 이재용 사장, 이부진 사장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스포츠계는 물론, 재벌가에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된 IOC 위원직이다.


기업 오너들의 꿈은 IOC 위원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높이고, 국제적인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하려면 현재 2명뿐인 IOC 위원 수를 늘려야 한다. 문대성 위원은 올림픽 메달리스트 중에서 뽑힌 선수위원으로 영향력이 떨어진다.

이건희 위원과 삼성가의 후계자뿐만 아니라 추가로 국제무대에서 한국 스포츠의 영향력을 제고할 IOC 위원이 필요하다. 조양호 회장과 최태원 회장 등 재벌 오너 출신 스포츠 단체장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IOC 위원이다.

조양호 회장은 2008년 대한탁구협회장에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포츠와 인연을 맺었다. 한진그룹이 배구단과 탁구단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조양호 회장이 대외적으로 활발하게 할동하기 시작한 것은 탁구협회장을 맡은 뒤부터다.

사실 탁구협회장 취임 초기만 해도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인 조양호 회장의 활동영역은 탁구에 한정됐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달라졌다.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경영하면서 쌓은 해외 인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전세계를 누비며 IOC 위원을 만나고 체육계 인사를 설득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실 회장님은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걸 싫어했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적극적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더반 IOC 총회 프레젠테이션 등 국제 행사 때 효과적으로 의사전달을 하기 위해 영국으로 날아가 스피치 전문가로부터 교육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여자핸드볼 SK루브리컨츠 창단식에 참석한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 회장 스포츠조선 DB
한 체육계 인사는 "조용한 성격인 조양호 회장이 평창 유치에 성공한 후 상당히 고무된 것 같다"고 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후 조양호 회장은 조직위원장이 유력했다. 하지만 이제 조직위원회 고문으로 뛰고 있다. 물론, IOC 위원이 된다면 조양호 회장의 개인적인 명예가 될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누비는 대한항공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08년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오른 최태원 회장도 내심 IOC 위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협회장 취임후 지난 4년 간 비인기 효자 종목인 핸드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핸드볼 전용구장을 만들고, 핸드볼 발전재단을 설립했으며, 해체 위기에 처한 여자핸드볼 용인시청 팀을 인수해 재창단했다. 향후 아시아핸드볼연맹 회장, 나아가 국제핸드볼연맹 회장까지 노리고 있다. IOC 위원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의 IOC 위원 꿈이 꿈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조만간 실현될 것인지 한국 스포츠계가 지켜보고 있다.


왜 IOC 위원을 스포츠 대통령이라고 부르나

IOC 위원은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투숙한 호텔에는 해당 국가의 국기가 걸리고, 출입국 때는 비자가 필요 없으며, 공항 귀빈실을 이용한다. 올림픽 유치에 나선 국가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물론, 국가원수를 만날 수 있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어디를 가든지 국빈 대접을 받는다.

IOC 관련 행사에 참석 할 때마다 숙소와 자동차가 제공된다. 또 총회 때는 통역과 안내원이 따라붙는다.

이런 현실적인 대우도 중요하지만 국제 사회를 움직이는 이너서클의 일원이 됐다는 의미가 더 크다. 전 세계를 통틀어 멤버가 100명 남짓한 특별한 조직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IOC는 1998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놓고 금품 스캔들이 터지자 헌장을 바꿨다. 우선 위원 수를 115명으로 묶었다. 이전까지 종신제였는데 정년제를 도입했다.

현재 IOC 위원의 정년은 70세. 임기는 8년이며 재선이 가능하다. 다만 1966년 이전에 선출된 위원은 종신제를 유지하고, 1999년 이전에 선임된 위원은 임기가 80세다. 1999년부터 IOC는 국제경기단체(IF) 대표 중 15명, 각국 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 중 15명을 IOC 위원으로 뽑고 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2002년 국제유도연맹 회장 자격으로 IOC 위원이 됐다가 2007년 물러났다. 올해 72세인 박용성 회장은 70세 정년에 걸려 IOC 위원이 될 수 없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중 15명을 선수위원으로 뽑는데 이들도 IOC 위원과 같은 권한을 행사한다. 문대성 위원의 경우 2008년 29명의 후보 중에 1위를 차지하며 선수위원이 됐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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