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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혁 감독과 한예슬, 두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결국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지난 2001년 KBS에 입사한 황 PD는 그동안 '성균관 스캔들' '천추태후' '열아홉 순정' 등을 공동 연출했으며, '쌈닭 미숙이' '인 터널' 등 다수의 단막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스파이 명월'은 그의 미니시리즈 연출 입봉 작품이다.
주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평소 황 PD의 성품이나 연출 스타일을 볼 때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황 PD와 함께 작품을 한 적 있는 한 배우의 소속사 관계자는 "촬영 현장에서 황 감독에 대해 나쁘게 얘기하는 관계자들은 거의 없었다. 배우들이 빠듯한 스케줄로 힘들어하면 현장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농담도 할 줄 아는 유머러스한 분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배우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컸고, 현장 분위기도 잘 이끌어가는 분이셨는데 한예슬과는 어쩌다 그런 상황까지 가게 된 건지 의아할 따름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황 감독이 성격이 조금 급한 편이긴 하다. 평소 '빨리빨리 찍자'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러나 소위 군기잡기식의 연출로 비난을 받거나 배우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걸로 문제된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선비 같은 분"이라고 말하는 매니저도 있다.
이번 사태를 황 PD와 한예슬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관계자도 있었다.
'스파이 명월'의 한 관계자는 "어느 드라마 현장이나 감독과 배우간에 조금씩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외부에 알려지느냐 아니냐의 문제다"라며 "사실 초반 촬영 현장에 대한 이야기가 외부로 흘러나가면서 한예슬 측이 적잖이 당황을 했고, 여기에 드라마 시청률까지 안 나오면서 팀워크가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KBS 측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KBS 드라마국의 한 PD는 "황 PD는 모두가 좋아하는 재능 있는 후배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할 지 모르겠지만 황 PD를 안다면 이번 갈등이 그의 책임은 아닐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황 PD가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시청률이 잘 안나오면서 그 또한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 대해선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한예슬이 성숙하지 못한 행동으로 이번 논란을 야기한 게 아니겠냐"며 "PD 한테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못 박았다.
두 사람은 드라마 촬영 기간 불화를 겪었으며 지난 13일에는 공개적으로 큰 다툼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PD와 한예슬 측은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