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취업은 나중…토플못하면 대학졸업도 못하는 세상
기사입력 2000년 01월 17일 14시 51분
때아닌 `영어 바람'으로 시내 유명 학원들과 대학 캠퍼스가 들썩이고 있다.
학원에는 `모포 부대'까지 등장했다.
유명 영어강사의 수업 신청을 하기 위해 모포까지 동원, 새벽부터 학원 바닥에서 새우잠을 자며 기다려야 한다.
대학생 김모씨(20)는 "대기표까지 받고 기다렸지만 내 앞에서 원하던 강사의 수업이 마감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학원들은 수강률이 50% 이상 증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시내 종로 A학원의 경우, 이번달 수업을 30%나 늘렸지만 이마저도 전부 마감되어 뒤늦게 학원강사를 구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대학 캠퍼스에는 `영어 태풍'은 마찬가지다.
방학이라면 학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텅 빈 캠퍼스를 연상할 만하지만, 사정은 정반대다.
학교 강사진을 활용한 영어 특강이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있고 때문.
전에는 `싼맛'(한달에 2만∼4만원)에 등록했다 정작 수업에는 몇번 나오지 않는 학생들도 많았지만, 올해는 강의실마다 학생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이렇게 전국이 `영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영어를 못하면 대학 입학도 졸업도 못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
성균관대와 한동대에서는 토플 500점∼550점 또는 토익 600점 이상 받지 못하면 졸업장을 받지 못한다.
또 서울대는 2, 3년내 영어로 입학 면접을 치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대학들이 재학생의 영어 실력을 올리려고 골머리를 싸매는 것은 업종을 막론하고 취업을 하는 데 영어가 `몸값'을 정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
3∼4년 전만 해도 영어를 잘하면 직종이나 회사 선택 폭이 넓어지는 정도였지만 이제 금융, 첨단 산업 등에선 영어가 `생사'를 가르는 열쇠가 됐다.
성균관대 등은 기숙사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기숙사 체험 영어 코스'까지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영어 태풍'으로 대학생과 입시 준비생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최혁진씨(23．고려대 신방과 2년)는 "영어를 못하면 취업난과 졸업난의 이중고에 시달린다"며 "`영어만이 살길'이란 절박한 심정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주 기자 sun＠sportschosun.com]
[윤철승 기자 antiq＠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