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세상] 장애아들의 친구가된 치과의사들
기사입력 1999년 01월 13일 15시 14분
충주시 봉방동에 위치한 숭덕재활원 2층에는 원생들이 자랑하는 `미니병원'이 있다.
1주일에 두번씩 문을 여는 이 병원의 원장은 성서동에서 `부부치과'를 운영하는 정태형박사(46).
독실한 크리스천인 정박사가 홀로 재활원을 드나들며 120명의 장애아들을 돌보기 시작한 건 지난 95년 봄.
그러다 뒤늦게 정박사의 선행을 알게된 충주시내 치과의사 8명이 이에 동참, 이듬해 봄부터 아예 재활원 2층에 치료기계를 갖다놓고 정기적으로 검진과 치료를 해오고있다.
거동이 불편해 치과진료는 엄두도 못냈던 원생들에게 흰가운의 의사들은 천사같은 존재였다.
의사들은 치료가 끝난뒤 반나절을 어린이들과 함께 놀아주었다.
정박사는 "돌아갈 때마다 어린이들이 `같이 자고 가세요'하며 조르는 통에 발걸음이 무겁다"고 한다.
이들은 재활원의 겨울 난방비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작년 11월 충주 시내에서 `1일 호프집'을 열어 400여만원을 모으기도 했다.
정박사는 얼마전 원생들이 스스로 만든 물건들로 바자회를 열었을 때 변영례양(13)이 쓴 붓글씨 한점을 샀다.
어릴때 사고로 두 손을 잃은 영례가 발로 쓴 삐뚤삐뚤한 `훈민정음'은 지금 부부치과 정문 위에 다소곳히 걸려있다.
[김미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