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아디다스컵 다시 본 해프닝
기사입력 1996년 04월 30일 15시 01분
냉혹한 승부의 세계, 그 뒤안에는 늘 여적처럼 남는 뒷얘깃거리가 풍성한 법.
1개월여 동안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96 아디다스컵서도 축구팬들의 흥미를 배가 시켰던 장내-외 해프닝들이 잇따랐다.
##인근 산불-그라운드 불 나면 홈팀 대패 ##"홈경기는 불조심부터…" ◇... 지난 4월 24일 속초 공설운동장서 벌어졌던 부산 대우-부천 전이 산불로 취소될 뻔 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
경기 전날 고성군 일대를 뒤덮은 산불이 경기 당일까지 진화되지 않아 홈팀인 대우와 프로연맹측 관계자들을 한동안 긴장속에 몰아넣었다.
다행히 속초 공설운동장이 화마(火魔) 현장과 8㎞ 정도 떨어져 있어 무사히 경기를 마칠 수 있었지만 결과는 홈팀 대우의 2대7 대패.
대우 역시 `불똥'을 피할 수는 없었던 것.
프로축구 통산 한팀 최다실점 타이기록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쓴채 연기 자욱한 속초를 빠져나오는 대우 선수들의 심정이 오죽했으랴. ◇... 지난 4월10일 전남-전이 열렸던 광양 전용구장.
전반 5분경 진영 코너플랙 너머로 갑자기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순식간에 10여평의 잔디가 불길에 휩싸였다.
관중이 던진 담배꽁초 때문이었는데 10여분간의 진화 작업 끝에 경기가 속개되기는 했지만 결과는 홈팀 전남의 1대4패.
게다가 전남은 이날 경기서 김봉길 오경석 등 주전 3명이 심판판정에 항의하다 무더기로 레드카드를 받아 사실상 아디다스컵을 물건너 보내야 했다.
일이 이쯤되니 각구단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홈경기는 불조심부터…"라는 말이 절로 나올법도.
##‘베스트 자책골’삼성 신성환 "골맛 이렇게 쓸수가" ◇... 국내 최고의 컴퓨터 헤딩 슈터인 수원 삼성의 신성환이 자신의 주무기인 머리로 자책골을 넣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그것도 `베스트 골'로 기억될 만큼 멋들어진 장면을 연출하며.
지난해 정규리그 과의 경기서 프로 7년만에 첫 골을 기록했던 신성환은 지난달 18일 자신에게 첫 골 맛을 안겨준 `그때 그팀'을 만나 후반 31분 조셉의 프리킥을 문전서 그대로 받아 넣어 시즌 1호 자책골을 기록, 결국 프로 통산 `0골'이 된 셈. 이 장면을 목격했던 삼성 관계자들은 "신성환이 순간적으로 혼동을 일으켜 자신을 공격수로 착각했던 것 아니냐"면서 그의 `베스트 자책골'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
##유고용병 집단식중독 소동 ◇... ` 독버섯 사건'을 아십니까.
부산 대우가 지난 4월 24일 에 2대7로 대패한 것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최근 그 원인이 상한 버섯으로 인한 `식중독'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화제.
당시 인근 호텔에 묵고있던 대우선수단의 아미르 일리치 마니치 등 `유고 식구'들이 경기 전날 먹은 스테이크가 화근이었는데 `맛이간 버섯'이 들어간 고기를 양껏 포식했던 이들이 집단 식중독을 일으켰던 것.
이날 경기에 투입된 용병은 아미르와 일리치 2명이었는데 특히 GK 일리치는 밤새도록 복통에 시달리다 병원에서 꼬박 밤을 지새워야 했는데 마땅한 대타 요원이 없어 그라운드에 나섰다 소나기골을 얻어 맞았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90분을 버틴 일리치는 경기 직후 팀 닥터에게 어지러움증을 호소하기도 했는데 대우측은 ` 독버섯'을 제공한 호텔에 강력 항의, 공식 사과를 받아내기도.
##란코비치-논코비치 헷갈리자 관중 "쌍코비치"열광 ◇... 지난 4월 20일 일화-대우전이 벌어진 동해 공설운동장에는 `선수 식별'을 둘러싸고 관중들 사이에서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일화의 유고 용병 논코비치와 란코비치 때문.
란코비치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던 축구팬들은 이날 경기 직전 `삭발'을 단행했던 논코비치를 란코비치로 착각, 연신 `란코비치'를 연호했다.
그러나 전반 45분 논코비치가 골을 넣은뒤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나오자 기록원에게 달려가 이를 확인하느라 소동 아닌 소동이 벌어졌던 것.
이들중 일부는 "논코비치가 치렁거리는 머리카락을 자르는 바람에 둘사이에 구별이 어려워졌다"면서 "이름이 엇비슷해 가뜩이나 헷갈려 죽겠는데 외모마저 식별이 곤란하니 영락없는 `쌍코비치'"라며 한술 더 뜨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