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정기 경주마 관리 비상
기사입력 1996년 04월 13일 15시 45분
**연애하거나 사생아 낳으면 자격 박탈 **암말만 쫓는 수말 '나란히 1-2위' 6차례 경주마들이 춘정에 시달리고 있다. 수말들이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을 타고 경마장 곳곳으로 번지는 암내에 뒤숭숭해진 것이다.
경주마들은 사람으로 치면 사춘기 내지 청년기에 해당하기에 봄철만 되면 이성을 그리워 하게 된다.
특히 암말들은 주로 봄철에 발정, 짙은 암내를 풍기기 때문에 수말들은 애가 탈대로 타는 처지다.
자기 억제를 하지 못한 나머지 암말만 보면 발버둥을 치는 수말이 숱하다.
심지어는 암말의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닌 나머지 경주에서도 암말의 뒤를 따라 골인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제2경주에서 이같은 진풍경이 벌어졌다.
암말인 `꼭두새'와 수말인 `학사촌'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것.
`학사촌'은 이날 `꼭두새'가 자꾸 쫓아오는 것이 겁이나 수줍은듯 도망을 쳤고 `학사촌'은 놓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쫓아가다 이같은 결과를 연출했다.
이들 두마리 처럼 암말과 수말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경우가 지난 3월 한달간 6차례나 나왔다.
춘정을 억제하지 못한 나머지 암말만 보면 달려가 꼬리를 물어 들추는 수말도 있다. 꼬리는 사람으로 치면 치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사고라도 칠까봐 경마장은 온통 비상이 걸려있다.
연애를 하거나 사생아를 낳으면 경주마의 자격을 박탈당하기 때문에 이들을 관리하는 기수나 조교사, 마필관리사들은 초긴장상태다.
연습이나 운동, 산책중에 암말과 수말이 마주치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기협회 관계자는 "경주마들은 운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성욕을 별로 느끼지 않지만 봄만 되면 성욕이 다소 되살아난다"며 "암말들 가운데엔 간혹 미세하게 발정, 암내를 풍기는 수가 있는데 수말들은 이 냄새를 2㎞ 밖에서 느낄 정도로 민감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말들은 암말만 보면 발정여부에 관계없이 따라붙는다.
마사회 이시영 마필보건소장은 "암말들은 따스한 햇살이 머리에 쬐면 뇌하수체를 자극, 발정을 하게 된다"며 "운동량으로 발정을 막고 있지만 말이 워낙 많다보니까 미세하게 발정, 정액을 약간씩 분비하는 말이 혹간 나오는 수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