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사랑과 죽음의 대륙-중원(中原)(34)
기사입력 1996년 03월 12일 16시 54분
**청죽생이 수하노릇을 …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타르무는 혼자 방안을 오락가락하며 씁쓸한 기분에 잠겨 있었다.
목엽에 대한 상념으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더구나 마음에 두고 있던 황보백령 마저 팔두마차를 몰고 사라져 버리지 않았던가.
결국 타르무는 꿩도 토끼도 모두 놓쳐버린 셈이었다.
다행히 자신이나 무사들 중에 희생을 당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나 하룻밤이 지나도록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억제하기가 힘들었다.
타르무는 목엽이 그토록 고절한 무공을 지녔는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목엽의 정체에 대해서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깝고 애석한 건 황보백령을 놓쳤다는 사실이었다.
타르무는 절세적인 미모를 지닌 황보백령을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첩으로 만들 작정이었는데 그만 파랑새처럼 어디론지 포르르 날아가버린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놓친 고기가 커 보이는 것이다. 타르무는 황보백령의 아름다운 얼굴이 눈앞에 환영처럼 떠올라서 가슴이 쓰라리고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타르무는 창밖을 망연히 바라보며 탄식하듯 중얼거렸다.
"어떻게 하면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때 밖에 인기척이 나더니 무사들의 장령(將領)이 보고를 올렸다.
"지금 오고타가 오고 있습니다."
잔뜩 찌푸려졌던 타르무의 얼굴은 비로소 약간 펴졌다.
"어서 이리 들라고 하라."
잠시후 문이 열리며 한 중년인이 들어왔다.
그는 타르무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공손히 예를 표했다.
"소인 오고타가 전하를 뵙습니다."
타르무는 반색을 했다.
"기다리고 있었네. 어서 일어나서 이리 앉게."
그는 중년인의 손을 이끌어 탁자의 맞은편 자리에 앉게 했다. 중년인은 공손한 태도로 타르무와 마주 앉았다.
그런데 얼굴을 드는 그 중년인은 놀랍게도 일심부의 청죽생이 아닌가!
아! 그렇다면 청죽생은 원래가 타르무의 수하였단 말인가?
그의 본명이 오고타라면 출신도 청나라 호족(胡族)이 분명했다.
그러면 청죽생은 왜 신분을 숨기고 일심부의 묵양대인 밑으로 들어가서 총관 노릇을 한 것일까?
청죽생은 타르무에게 공손히 보고를 올리듯 말했다.
"일심부의 부주는 머지않아 고수들을 거느리고 중원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사매인 모용추는 이미 낙양표국을 수중에 넣은 뒤 그곳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음-."
타르무는 무거운 침성을 토하며 진중하게 귀를 기울여 듣는다.
그가 무림일에 이토록 관심을 갖는 건 무슨 까닭인가?
청죽생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묵양대인은 본국으로 사람을 보내어 드디어 시기가 도래 했음을 보고 했습니다. 이제 그는 일심부의 세력을 중원에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왕자궁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사옵니다."
"심양에 불모로 잡혀 있는 동방의 왕자를 말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