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매거진] 속옷 모델의 세계..토종은 없다 '외국인 미녀 천하'
기사입력 2008-06-08 08:58
| 토종은 없다 … 쭉쭉빵빵 '외국인 미녀 천하' |
| 최근 란제리쇼가 잇달아 열려 화제가 됐다. 홈쇼핑에서도 매일 밤 쭉쭉빵빵 모델들이 아찔한 속옷만 입고 워킹을 한다. 여성잡지에도 속옷 광고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그 모델들은 한결같이 외국인들이다. 속옷 모델 시장은 완전히 외국인들이 점령했다. 국내 모델들은 왜 속옷 모델 시장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을까. 톱스타들도 무명시절에는 속옷 모델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엔 자취를 감춘 상태다. 외국인 속옷 모델의 현황, 홈쇼핑의 치열한 경쟁과 방송 에피소드, 모델 인터뷰 등을 통해 속옷 모델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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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국인 모델 에이전시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모델은 100여명 쯤 된다"고 말했다. 이중 홈쇼핑에서 활동하는 속옷 모델이 40명 가량 된다. 나머지는 여성 잡지, 패션쇼, 뷰티 모델로 활동한다.
아직은 러시아 출신 모델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도 많이 온다. 동유럽, 독일 출신들도 더러 있지만, 동남아 국가 출신은 아직 없다. 신체 조건, 피부색 등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해부터 두드러진 변화가 있다. 브라질 출신들이 부쩍 늘었다. 신체 조건이 러시아 모델에 뒤지지 않는 데다 피부가 까무잡잡해 특유의 건강미와 섹시미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여름 시즌 비키니 모델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6개월이나 1년 동안 한국, 중국, 일본 등지를 순회하면서 모델로 활동하다 목돈을 챙겨 돌아간다.
지난 주 입국한 우크라이나 출신 나탈라(21)는 "한국에는 처음이지만 중국, 인도, 일본에서 모델로 일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속옷 모델이 대세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외국인 모델은 신체 조건이 뛰어나다. 키가 크고, 피부가 희고 깨끗하다. 무엇보다 볼륨감이 좋아서 속옷의 장점을 잘 살려준다. 가슴과 엉덩이가 발달해 섹시한 매력을 발산, 여성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속옷 제조업체나 홈쇼핑에서도 외국인 모델을 선호한다. 또 노출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고, 오히려 오버한다고 느낄 정도로 과감한 포즈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국내 모델들은 속옷 모델을 기피한다. 모델 에이전시 DCM의 고경호 실장은 "국내 모델들은 속옷 모델이 '한 수 아래'라는 이유로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똑같이 노출한다고 해도 패션쇼는 예술인데 속옷 모델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A급 모델들은 아예 눈길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패션쇼나 뷰티 모델보다 수입이 적은 것도 이유로 꼽힌다.
홈쇼핑 속옷 모델의 원조는 누드 모델이었다. 90년대 말 S씨 등 스타 누드모델 10여명이 속옷 모델로 나와 방송을 타면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녀들은 "얼굴을 가려달라"고 요구하는 등 몸을 사리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점점 출연 횟수가 줄었고, 2000년 이후 케이블 TV에서는 국내 속옷 모델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외국인들에게 한국 속옷 모델시장은 황금어장이다. 한 마디로 돈벌이가 된다.
(주)미가라인 김선혜 대표는 "러시아에서 대졸 초임의 월급이 50만원 정도인데, 한국에 오면 보통 4, 5배는 번다. 한 달에 1만 달러(약 1000만원) 이상 버는 모델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빈손으로 귀국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한때 러시아에서 들어와 '다른 쪽'으로 빠져 이미지가 나빠진 적도 있다.
외국인 속옷 모델은 월급제로 계약하거나, 활동량에 따라 개런티를 받는다. 국내 에이전시에서 차량, 매니저, 숙식 등을 전부 제공한다. 물론 출국할 때 이 비용을 공제한다.
외국인 모델을 구하는 건 쉽다. 김 대표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자료를 인터넷으로 받는다. 현지에 가면 희망자가 줄을 선다"고 밝혔다. 선발 기준도 까다롭다. 사진, 수영복 심사는 기본. 몸에 난 점, 문신, 상처 하나까지 세심하게 살펴본다. 요즘엔 동영상까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국내 시장에서는 예쁘장하고 귀여운 얼굴을 선호한다. 섹시한 모델은 의외로 인기가 별로다. CF에서는 경쟁력이 있지만, 대신 다양한 상품 모델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인 속옷 모델의 나이는 20세 전후가 가장 많다. 러시아 출신의 경우 18~23세 대학생이 대부분이다. 한때 15, 16세짜리도 들어왔지만 미성년자는 속옷 모델로 방송을 탈 수 없어서 중단됐다. 20대 중반이면 노화가 시작돼 가치가 떨어진다. 합격률은 5%를 넘지 않는다. 대신 아르바이트로 모델, CF활동을 한 경우가 많아 '끼'에 대한 걱정은 없다.
외국인 모델의 최대 애로사항은 비자 문제다. 90일 취업비자로 들어오기 때문에 장기 체류가 불가능하다. 3개월 일하다 출국한 뒤 다음 기회를 노린다. 그렇게 서너 차례 들어온 모델도 많다.
국내의 외국인 모델 에이전시는 모두 30~40개나 된다. 초기 자본금이 별로 안 들어서 쉽게 생긴다. 그러나 모델의 경비를 대줘야 하는 고정비용이 만만치 않아 쉽게 사라지기도 한다. 모델 한 명을 데려올 때 초기비용은 최소 200만~300만원 쯤 든다.
< 임정식 기자 scblog.chosun.com/dada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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