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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선수로 경기를 뛸 준비를 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 아닐까."
현대캐피탈에서만 15시즌을 뛰었고, 국가대표로도 2006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월드리그 출전 등 화려한 시간을 보낸 문성민의 은퇴식이 열렸다.
문성민의 은퇴는 지난 13일 갑작스럽게 발표됐다. 대학 시절부터 코트에서 함께 땀흘려온 라이벌, 절친들도 기사를 보고 알게 된 소식이었다.
"난 정말 운이 좋았던 배구 선수다. 최고의 팀에서 V리그 생활을 시작했고, 선배님들 친구들 후배들, 너무 좋은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덕분에 오랫동안 배구를 할 수 있었다."
만약 부상이 없었다면 해외에서 오랫동안 뛰는 또한명의 배구 레전드를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문성민은 독일과 터키에서 뛰었던 시절에 대해 "해외를 너무 어린 나이에 가다보니 많이 힘들었다. 언어적으로도 그렇고, 그굥 가정도 없이 혼자였으니까"라고 돌아본 뒤 "현대캐피탈에 일단 들어온 이상 누가 이 팀을 나가고 싶겠나"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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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현대캐피탈은 '배구 명가'에 걸맞는 존재감으로 다시 태어났다. 시즌 중 16연승을 달리는 등 압도적인 시즌을 모냈고, 5라운드에 일찌감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덕분에 주력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부여하며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하고 있다.
정규시즌 18연승을 질주했던 2015~2016시즌, 그리고 정규시즌 MVP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쥔 2016~2017시즌, 마지막 챔프전 우승이었던 2018~2019시즌까지, 문성민은 영광의 순간 언제나 현대캐피탈의 중심에 있었다. '선수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좋은 순간이 많았지만 역시 10년만의 챔프전 우승이다. (우승을 못해서)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는데, 내 배구인생에 가장 의미있는 날이 아닐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제 한발 물러선 위치에서 응원할 준비를 마쳤다. 문성민은 "18연승하던 시즌은 최태웅 감독님과 함께 정말 즐거운 배구를 했다. 매경기 코트에 놀러가는 기분이었다"며 웃은 뒤 "허수봉을 중심으로 한 팀이 완성됐다. 남은 시즌도 열심히 뒤에서 서포트하겠다. 챔프전을 준비하는 훈련 상대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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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민은 "전부터 '몇년 안남았다'는 이야기를 안부인사처럼 해왔다. 서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아내와도 장난식으로 얘길 했었는데, 이번에는 '나 은퇴한다'라고 통보해버렸다"며 웃은 뒤 "(유)광우 형이나 (한)선수 형, (신)영석이, 또 (박)상하 같은 선수들은 아직도 잘하더라. 앞으로도 관리 잘해서 한국 배구에서 더 오래 뛰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경기전 만난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함께 한 시간이 1년 뿐이지만, 젊은 선수들을 독려하고 처지지 않게 중심을 잡아줬다. 많이 뛰지 못했는데, 진짜 프로라고 생각했다. 뛸 때는 '아프지 않나?' 싶을 만큼 열심히 뛰었다. 강한 정신력을 가진 선수"라며 "그만둔다는 말이 정말 어렵다. 우리 선수들이 문성민의 멋진 피날레를 위해 열심히 싸울 것이다. (은퇴 후에는)한국 배구에서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현장을 찾은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선수로 뛰는 동안 힘든 일도 있었고 좋은 일도 있었는데 정말 고생많았다. 한국 남자배구 역사에 네 이름은 영원히 빛날 별"이라고 축복했다.
문성민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최태웅 전 감독은 "함께 우승했던 날, 그리고 오늘이 내 인생의 잊혀지지 않을 기억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팀을 위해서, 또 대한민국을 위해서 정말 헌신한 선수다. 마지막까지 경기를 뛸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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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늘이었을까. 문성민은 "은퇴에 관련해선 오래전부터 구단과 소통을 해왔지만, 확정한 건 얼마 안됐다"면서 "구단에선 주말이나 챔프전 1,2차전 때를 원했는데, 내가 오늘을 원했다. 팀이 큰 경기를 앞두고 있으니까, 선수들에게 불필요하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또 (챔프전을 뛰지 않으니까)마지막 인사는 역시 천안 홈팬들께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조금 더 결심이 일찍 이뤄졌다면 김연경처럼 '은퇴 투어'를 진행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문성민은 "이렇게 구단에서 자리 마련해준 것만도 감사하다. (김연경은)나와는 다른 레벨의 선수"라며 손을 내저었다.
챔프전 엔트리에선 빠질 예정. 여러차례 '구단에 부담주고 싶지 않다'고 밝힌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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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 은퇴식까지, 팬들의 사랑에 정말 감사드린다. 또 가족들에게도 꼭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배구를 할 수 있었다."
천안=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