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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국배구연맹(KOVO)이 가정폭력 등의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세터 곽명우(33·OK금융그룹)에게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내렸다.
예상보다는 징계 수위가 높지 않았다.
상벌위원회는 "선수가 실형을 선고받은 건 리그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고 밝히면서도 "선수가 깊이 뉘우치고, 법원 판결에서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해 피해자가 선수에게 최대한 관대한 처벌을 해 줄 것을 탄원한 사실을 고려한 점을 참작했다"고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부과한 배경을 설명했다.
KOVO 상벌규정 3장 제10조 1항은 '성범죄(성희롱 포함), 폭력, 음주운전, 불법약물, 도박, 승부조작, 인종차별, 과거에 발생한 학교폭력, 인권침해 등 사회 중대한 범죄행위 및 이에 준하는 사유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구성원'을 징계 대상으로 정의했다. 징계 수위는 경고부터 제명까지 폭이 넓다.
상벌위원회는 '피해자가 선수에게 최대한 관대한 처벌을 하여 줄 것을 탄원한 사실'에 무게를 두고, 징계 수위를 다소 낮게 정한 것으로 보인다.
곽명우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및 상해 혐의로 징역 6개월,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40시간의 가정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아내를 폭행한 혐의를 받은 곽명우에 대한 1심 판결은 지난해 9월, 2심 판결은 올해 5월에 나왔다.
곽명우가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여기에 5월 재판을 통해 2021년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되고도 구단에 숨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음주운전 적발과 은폐도 상벌위원회에서 '징계 대상'으로 논의는 됐지만, 징계 수위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KOVO 상벌위원회가 결론을 내리기 전 곽명우는 취재진 앞에 서서 "상벌위원들에게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다. 모든 분께 죄송하다"며 "(상벌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처벌을 달게 받겠다. 깊이 반성하며 살겠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번 상벌위원회에서는 'OK금융그룹 구단이 곽명우의 재판 관련 문제를 언제 인지했는가'도 쟁점이 됐다.
권철근 OK금융그룹 단장은 "곽명우가 재판받은 사실을 현대캐피탈과 트레이드한 뒤에야 알았다"고 소명했다.
OK금융그룹은 4월 19일 현대캐피탈에 세터 곽명우를 내주고, 미들 블로커 차영석과 2024-2025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4월 22일에 현대캐피탈 배구단에 '곽명우에 관한 제보'가 들어왔고, 현대캐피탈은 4월 25일 곽명우, OK금융그룹 관계자와 만났다. 4월 25일에 곽명우는 "그동안 재판을 받았고, 곧 2심 판결이 나온다"고 실토했다.
현대캐피탈은 곧 OK금융그룹에 '트레이드 거부 의사'를 밝혔고, OK금융그룹과 현대캐피탈은 KOVO에 트레이드 공시 철회 요청을 했다.
결국 OK금융그룹과 현대캐피탈의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공개됐던 트레이드가 '없던 일'이 됐다.
상벌위원회는 OK금융그룹의 소명을 받아들여 징계 없이 "연맹과 구단에 더욱 철저한 선수 관리 및 운영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한다"고만 밝혔다.
OK금융그룹도 자체 징계 수위를 논의한다.
OK금융그룹 관계자는 "곽명우와 계약이 6월 30일에 만료되지만, 계약 만료 후 재계약 포기는 징계라고 볼 수 없을 것 같다"며 "실질적인 징계가 무엇일까를 고민한 뒤에 결과를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곽명우의 자격정지 징계가 끝난 1년 뒤에도, 그를 받아줄 구단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논란에 비해 '자격정지 기간'이 짧아 KOVO 상벌위원회의 결정이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jiks79@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