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이 처음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2006-2007시즌에는 양효진이 프로로 입문하기 전이었고, 2010-2011시즌에는 김연경이 국외 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함께 V리그에서 뛰던 기간에는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행보가 묘하게 엇갈렸다.
2022-2023시즌에는 흥국생명이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했지만, 2위 현대건설이 플레이오프(PO)에서 3위 한국도로공사에 패해 두 팀의 챔프전 맞대결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제 드디어 챔피언을 가리는 무대에서 김연경이 때리고, 양효진이 앞을 가로막는 장면을 볼 수 있다.
2023-2024시즌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에서 현대건설(승점 80·26승 10패)은 흥국생명(승점 79·28승 8패)을 승점 1차로 제치고, 1위를 차지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흥국생명은 26일 열린 PO 3차전에서 정관장을 꺾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두 팀은 28일 수원체육관에서 벌이는 1차전을 시작으로 5전 3승제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배구 팬들의 관심은 김연경과 양효진에게 쏠린다.
김연경은 26일 PO 3차전이 끝난 뒤 "경기 전 효진이와 통화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언니를 응원한다'고 하더라. 아마도 현대건설이 정관장을 응원한 모양"이라며 "효진이에게 '오늘 이기고 수원으로 간다'고 했는데, 바람대로 됐다. 현대건설과 명승부를 펼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연경은 V리그 우승 반지 3개(2005-2006, 2006-2007, 2008-2009)를 보유했다. V리그 우승을 차지할 때 3차례 모두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도 올랐다.
국외 리그 생활을 마치고 V리그로 돌아온 뒤에도 2020-2021, 2022-2023시즌에 챔피언결정전 무대까지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김연경은 "이렇게 또 기회가 왔으니, 이번에는 꼭 우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2010-2011, 2015-2016시즌에 우승을 차지하고, 2015-2016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MVP에 오른 양효진도 우승을 열망한다.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 전까지 5번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고, 두 번 우승했다.
사실 현대건설은 두 번 더 챔피언결정전에 나서야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회를 날렸다.
2019-2020시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남녀부 정규리그가 조기 종료되면서 당시 여자부 1위였던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1위 타이틀만 달았다.
2021-2022시즌은 더 아쉬웠다.
당시 현대건설은 6라운드 첫 경기까지 승점 82(28승 3패)를 쌓으며 독주했지만, 여자부 7개 구단이 '리그 조기 종료'를 결정하면서 '트레블'(정규리그 1위, 컵대회·챔피언결정전 우승) 달성 기회를 잃었다.
양효진은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서 우승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고 했다.
정규리그 1위는 현대건설이 차지했지만, 이번 시즌 맞대결에서는 흥국생명이 4승 2패로 앞섰다. 특히 흥국생명은 5, 6라운드에서는 현대건설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눌렀다.
김연경은 "5, 6라운드 경기를 치르며 우리가 '현대건설과 승부하는 법'을 깨달은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해 체력적으로 유리하다. 상대를 분석할 시간도 충분하다.
양효진은 이번 정규리그에서 김연경의 공격을 4차례 가로막아 블로킹 득점으로 연결했다.
김연경은 현대건설전에서 42.69%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121점을 올렸다.
한국 여자배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창' 김연경과 '가장 견고한 방패' 양효진의 첫 챔피언결정전 맞대결은 2023-2024 V리그 최고 명장면으로 남을 수 있다.
jiks79@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