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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감독은 2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전을 마친 뒤 "팀이 어려운 상황이라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전력 팀 분위기는 말이 아니었다. 구단은 매각설에 휩싸였고, 선수단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팀 성적도 고꾸라졌다. 한국전력은 1라운드 6경기에서 1승 5패의 참담한 성적을 냈다.
권 감독은 선수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전력은 이전까지 기혼 선수들은 출퇴근하며 시즌을 치렀고, 미혼 선수들만 합숙 생활을 하고 있었다.
신영석 등 기혼 고참 선수들은 권영민 감독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모두가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선수단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며 훈련했다.
권영민 감독은 "선수들이 함께 생활하니 서로 대화를 많이 하게 돼 조직력이 좋아졌다"라며 "아울러 훈련 시간이 많아지면서 선수들의 몸 상태도 빠르게 올라왔다"고 했다.
하나로 뭉친 한국전력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2라운드 두 번째 경기인 OK금융그룹전부터 28일 삼성화재전까지 파죽의 5연승을 내달렸다.
이 기간 한국전력은 매 경기 승점 3을 챙겼다. 팀 순위도 5위로 올라섰다. 3위 삼성화재와 격차는 승점 단 1점이다.
선수들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합숙 생활을 중단할 생각은 없다.
팀 내 최고참인 미들 블로커 신영석은 "연승했다고 바로 합숙 생활을 관둘 순 없다"라며 "계속 집중하고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당분간은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임성진은 "전쟁터에 나왔다는 심정으로 매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영민 감독도 간절한 마음을 갖고 있긴 마찬가지다.
권 감독은 5연승의 첫 경기였던 14일 OK금융그룹전부터 매 경기 같은 옷을 입고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
베이지색 정장은 물론 구두와 셔츠, 속옷, 양말도 똑같다. 물론 세탁은 한다.
권 감독은 "일종의 징크스가 됐다"라며 "다음 경기에도 똑같은 옷을 입고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해서라도 승리한다면 10경기 아니, 100경기도 같은 옷을 입을 수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ycl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