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선수들에게 딱 한 마디 했다. 오늘은 무조건 이기자고 말이다."
정관장이 죽다 살아났다. 2라운드 전패 위기를 탈출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정관장전 14전패 굴욕을 맛봐야 했다.
양팀 모두 목숨 걸고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개막 후 지아-메가 쌍포를 앞세워 잘나갔던 정관장. 하지만 양 선수에 대한 공격 루트가 읽히며 2라운드 고전했다. 앞서 열린 2라운드 5경기를 모두 졌다.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에게까지 지면 2라운드 전패를 당하게 됐다. 기록도 기록이거니와, 시즌이 많이 남은 가운데 일찌감치 포기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선수들에게 딱 한 마디만 했다. 오늘은 무조건 이기자고 말이다. 이겨야 다음 라운드 힘을 받을 수 있다. 승장으로 돌아오겠다"고 경기 전 각오를 밝혔다.
페퍼저축은행은 3연패를 끊고 꼴찌를 탈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관장 징크스를 깨야했다. 창단 후 유일하게 한 번도 이기지 못한 팀이 정관장. 이날 경기 전까지 13전패를 기록중이었다.
페퍼저축은행 트린지 감독은 "상대 전적에 큰 의미는 부여하지 않겠다. 하지만 1승이 중요한 상황인 건 맞다. 첫 세트 결과에 따라 경기 흐름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트린지 감독의 전망이 틀렸다. 1세트는 최근 분위기가 침체된 정관장에 악몽같은 시간이었다. 9-4까지 앞섰다. 하지만 세트 중반부터 갑작스럽게 무너지며 역전을 허용했다. 허무하게 1세트를 페퍼저축은행에 내줬다. 트린지 감독 말대로라면 페퍼저축은행이 승기를 잡아야 했고, 분위기도 그렇게 흘렀다.
하지만 중요한 경기 필승 의지를 다지고 나온 정관장도 그냥 물러나지 않았다. 2세트 초반 6-10까지 밀렸으나, 외국인 선수 지아와 미들블로커 정호영의 블로킹, 상대 범실 등에 힘입어 역전극을 만들었다.
전력에서 차이가 났다. 특히 높이 차이가 컸다. 이날 양팀 블로킹 수는 12-8 정관장의 우위. 페퍼의 블로킹 3개는 이미 승부가 기운 4세트 나와 큰 의미가 없었다. 정관장이 2세트 역전승으로 흐름을 잡자, 약체 페퍼저축은행은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3세트와 4세트는 정관장의 손쉬운 승리. 그렇게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정관장은 메가와 지아 쌍포가 각각 30점, 24점을 몰아치며 공격을 책임졌다. 정호영도 블로킹 5개 포함, 알토란 같은 10득점으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했다. 이소영을 대신해 출격한 박혜민도 9점을 보태며 고 감독을 기쁘게 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야스민(22득점) 박정아(15득점) 이한비(13득점) 3총사가 분전했지만, 4연패 늪에 빠지고 말았다. 4세트 승부가 기울지 일찌감치 주전 선수들을 빼며 수건을 던졌다.
대전=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