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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81분만에 0대3 참패' 만리장성에 짓밟힌 女배구, '17년만의 노메달' 굴욕 확정 [항저우리뷰]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3-10-04 21:21 | 최종수정 2023-10-04 22:12


'81분만에 0대3 참패' 만리장성에 짓밟힌 女배구, '17년만의 노메달…
사진=AVC

[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만리장성은 너무 높고 험난했다. 그 앞에 선 한국 여자배구는 한없이 작고 초라했다.

세자르 곤잘레스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4일 중국 항저우 사범대학교 창첸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리그 중국전에서 단 81분만에 세트스코어 0대3(12-25, 21-25, 16-25)으로 셧아웃 완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남은 북한전에서 승리하더라도 5~8위전으로 탈락하는 운명에 처했다. 한국 여자배구는 1962년 자카르타 대회에 첫 참가한 이래 15번의 아시안게임에서 2006 도하 대회(5위)를 제외하고 최소 동메달 이상을 따냈다. 1994 히로시마, 2014 인천 대회 때는 금메달도 거머쥐었다.


'81분만에 0대3 참패' 만리장성에 짓밟힌 女배구, '17년만의 노메달…
침울하게 작전타임 중인 세자르 감독과 한국 선수들. 김영록 기자
하지만 '배구황제' 김연경의 은퇴 이후 한국 여자 배구의 위상은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 발리볼네이션스리(VNL) 전패, 아시아선수권 6위, 2024 파리올림픽 예선 전패 탈락.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조별리그 베트남전에서 당한 충격적인 역스윕패가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았다. 조 2위가 되면서 1패를 안은 채 8강리그에 임해야했다, 1승씩 안고 올라온 조 1위 베트남이 북한을, 중국이 한국을 꺾고 각각 1승씩 추가하는 순간 곧바로 '노 메달'이 확정됐다.

때리는 소리부터 달랐다. FIVB(국제배구연맹) 랭킹 6위인 중국은 아시아 최강의 전력을 자랑한다. 파리올림픽 예선에 나섰던 최정예 멤버가 그대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유안 신웨(2m2) 왕유안유안(1m96)의 '만리장성' 블로커진이 한국 공격수들을 압박했다. 고비 때마다 리잉잉(1m92)와 공샹유(1m89)가 좌우 양쪽에서 한국 수비진을 폭격했다. 가히 까마득한 높이였다.

리시브와 디그 포함 수비 조직력도, 나쁜볼 처리 능력도 중국이 우위였다. 특히 중국은 리잉잉과 왕윤루(1m91), 공샹유 등이 장신임에도 리베로 왕멍지에와 비슷한 리셉션을 소화한 반면, 한국은 문정원과 김연견이 전담하다시피 했다.


홈그라운드의 압도적인 응원까지 등에 업었다. 이날 문정원과 박은진의 서브에이스, 김연견의 멋진 디그에 이은 공격 성공 등 한국의 분위기가 살아날 때면 어김없이 체육관이 떠나가라 외치는 '짜요' 소리가 선수들을 압박했다.


'81분만에 0대3 참패' 만리장성에 짓밟힌 女배구, '17년만의 노메달…
3세트 도중 리시브 실수를 범한 뒤 교체되는 강소휘. 김영록 기자
한국은 1세트 초반 강소휘의 공격이 잘 풀리지 않으며 고전했다. 반면 중국은 리잉잉과 왕유안유안을 앞세워 초반부터 경기를 쉽게 풀어나갔다. 2-6, 6-12, 8-17로 순식간에 점수차가 벌어졌고, 그대로 12-25로 첫 세트를 내줬다.

2세트는 달랐다. 강소휘의 공격력이 살아났고, 중국의 실수도 겹쳤다. 문정원(2개) 박은진(1개)의 서브에이스도 잇따라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11-8, 14-10, 16-12까지 리드를 지켰다.

하지만 전력을 재정비한 중국의 맹추격에 속수무책이었다. 리잉잉과 공샹슈의 고공 강타에 순식간에 16-16 동점을 허용했다. 중국은 쌍포 외에도 유안 신웨와 우멍지에까지 두루 활용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리베로 왕 멍지에의 전방위 수비력도 압도적이었다. 한국은 21-22까지 따라붙었지만, 거기까지였다.

3세트도 초반 11-11까진 대등했지만, 중반 이후 쭉쭉 앞서가는 중국을 따라붙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 공격진에서 그나마 공수에도 통하는 모습을 보여준 선수는 강소휘 한명이었지만, 강소휘는 3세트 중반 리시브 실수를 범한 뒤 괴로워하며 교체됐다. 쌍포를 이뤄야할 '캡틴' 박정아의 공격 성공률은 20%를 밑돌았다. 그나마 이주아가 적극적인 이동공격을 선보였지만, 중국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로써 한국 배구는 남자가 61년만의 노메달 굴욕을 당한데 이어 여자도 17년만의 노메달로 주저앉았다.

아시안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5일 북한과 8강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이후 순위결정전도 남겨두고 있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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