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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똘끼만점 내친구들 사랑해" GS 떠난 러츠의 작별인사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1-04-08 14:48 | 최종수정 2021-04-09 07:51


2020-2021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GS칼텍스 러츠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평=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모두들 '스테이(stay)'를 외친다. 자꾸 내 여권을 빼앗으려고 한다. 고이고이 잘 숨겨놨다."

여자프로배구 역사상 첫 트레블(컵대회-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뤄낸 GS칼텍스 Kixx의 중심에는 외국인 선수 메레타 러츠(26)가 있었다.

미국으로 떠나기전, 경기도 청평의 GS칼텍스 연습장에서 러츠를 만났다. 시즌을 끝낸 피로와 홀가분함이 느껴졌다.

도드람 2020~2021시즌 GS칼텍스의 우승은 러츠의 프로 인생 첫 우승이다. 그만큼 감회가 남달랐다. 러츠는 "정말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스탠포드대학교 다닐 때 전국대회 우승을 했었다. 하지만 그때 내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 서브나 후위공격도 내 역할이 아니었다. 올시즌은 거의 전경기를 뛰면서 내게 주어진 책임감과 부담감을 이겨낸 결과라서 더 좋다."

이재영과 이다영, 김연경(이상 흥국생명)이 한 팀에 뭉치면서 이번 시즌은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란 예상이 많았다. 러츠도 '어우흥'의 의미를 알고 있을 정도. 발렌티나 디우프(KGC인삼공사)와 러츠처럼 재계약한 선수들 외에 김연경을 비롯해 안나 라자레바(IBK기업은행 알토스) 헬렌 루소(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러츠도 작년만 못할 거란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러츠는 트라이아웃 당시 "작년에 못한 우승을 하기 위해 한국에 돌아왔다"고 말할 만큼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장담은 현실이 됐다. 러츠는 득점(678점→854점), 공격 성공률(41.39%→43.89%), 디그(181개→255개) 등 공수 전 부문에서 향상된 기록을 남겼다. 공격 점유율에서도 이소영-강소휘와 함께 뛰었음에도 39.13%를 책임졌다.


2020-2021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GS칼텍스 러츠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평=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러츠는 "고난을 극복한 짜릿함이야말로 우리가 스포츠를 하는 이유"라며 엄지를 세웠다. 이어 "정규시즌 중에는 흥국생명과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답답했다. 그래도 우리 팀의 훈련량 때문에 우승을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GS칼텍스는 줄부상에 고전했지만, 다양한 선수들을 폭넓게 활용하며 기어코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흥국생명을 대표하는 김연경과도 라이벌리를 이뤘다. 김연경이 "커도 너무 크다"며 상대하기 가장 까다로운 선수로 꼽기도 했다. 러츠는 "김연경에게 고맙다. 참 듣기 좋은 얘기"라며 "난 때리는 것보다 블로킹이 더 좋다"며 웃었다.

시즌을 마친 러츠의 관심사는 음식이다. 러츠는 "내 귀가는 집앞 가게에서 타코를 먹는 걸로 시작한다. 파스타와 피자도 정말 좋다. 탄수화물은 내 삶의 의미다. 집에 가면 엄청나게 먹고 16시간 정도 잘 것"이라고 강조했다. 2m6의 거구에겐 비즈니스 클래스도 너무 좁아 편히 수면을 취할 수 없다고.

차 감독에 대해서는 "딱 봐도 차갑고 무서운 얼굴"이라며 웃었다. 이어 "훈련 때는 언제나 최고를 추구한다. 선수들을 다 죽여놓는다. 그런데 훈련 외 시간에는 선수들의 놀림을 다 받아주더라"고 덧붙였다.

"정말 좋은 2년이었다. 감독님이 다시 불러준 덕분에 위대한 시즌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정말 고맙다. 아마 감독님도 연습 때마다 내가 생각날 거다."


2020-2021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GS칼텍스 러츠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평=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한국 생활 2년차의 러츠는 한층 익숙해진 한국말로 GS칼텍스의 유쾌한 분위기에 잘 녹아들었다. "냅킨 주세요" 같은 말은 이지언 통역조차 러츠라고 인지하기 힘들 만큼 자연스럽다고. 동료들과는 '낄뇔빠', '인성 좀', '개짜증나' 같은 장난을 칠 정도다. 차상현 감독이 '3번만 더 하자'며 연습을 끝내지 않을 땐 "저거 뻥이야", "이건 학대야!"라고 외치는 것도 러츠의 역할이었다.

팀원들도 비시즌에 영어수업을 받으며 러츠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러츠는 "한다혜는 영어를 할 때도 투지가 넘친다. 영어로 말 거는 것도 좋아하고, 말문이 막혀도 우리말로 바꾸지 않고 손짓 발짓하며 어떻게든 영어로 끝맺는다"며 웃었다, 가장 친한 선수로는 힘들 때마다 자신을 위로해준 김유리, 그리고 '에너제틱 듀오' 권민지과 문지윤을 꼽았다.

러츠는 다음 시즌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새로운 리그에서 도전할 생각이다. 팀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부탁하자 러츠의 표정도 아련해졌다.

"사랑해 얘들아. 내 바보같은 농담 잘 받아줘서 고맙다. 똘끼 가득한 팀에서 함께 뛴 2년 동안 정말 즐거웠어. 보고싶을 거야."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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