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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하지만 그를 향한 세간의 시선은 부정적이었다. "감독 경력이 없다." "사실성 한국전력의 직원이나 다름없다." 김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한 번 지켜보시죠."
외국인선수 펠리페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펠리페는 남자부 트라이아웃 29위, 후순위 선수였다. 그 누구도 펠리페를 주목하지 않았다. 과체중으로 몸이 둔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눈은 다른 곳을 향했다. 마음가짐이었다. "7kg 이상 감량을 약속했다. 모든 게 좋고 특히 마음가짐이 아주 좋은 선수다. 자신있다."
김 감독은 빠르게 계획을 수정했다. 권영민을 중심으로 팀을 재구성했다. 그리고 방신봉 전진용 공백을 메우기 위한 센터진 강화 작업도 실시했다. 그간 출전이 적었던 안우재 기용 계획을 세웠고, 이재목을 대한항공에서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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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V리그 개막을 앞두고 열린 천안·넵스컵. '김철수호'는 화려한 진수식을 했다. 대한항공과의 대회 첫 경기서 3대1 승리를 거뒀다. 펠리페는 25득점을 올렸다. 이후 삼성화재, KB손해보험까지 꺾고 결승에 올랐다. 안우재 이재목 공재학 김진수 등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선수들은 충실히 제 몫을 했다. 전광인 서재덕 기존 주포의 기량 또한 여전했다.
무엇보다 크게 달라진 점은 투쟁심이다. 김 감독은 프리시즌 동안 선수단에 강한 승부욕과 투쟁심을 강조했다. 위기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도 불어넣었다. 컵대회를 통해 본 김철수호의 시작, 오늘보단 내일이 더 기대되는 팀이었다.
물론 컵대회 우승에 큰 의미를 둘 순 없다.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숙제도 있다. 세터 권영민의 볼 배급이다. 김 감독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웅 볼에서 바뀌다 보니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2주간은 공격수들과 호흡을 맞춰 더 끌어올릴 생각이다."
'초보' 김 감독의 눈이 반짝였다.
천안=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