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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한'40대 틈에 낀 박기원 감독, 그의 운명은?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6-12 15:15


'제5회 배구인 자선 골프대회'가 12일 오전 경기도 여주의 솔모로 컨트리클럽에서 열렸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이 티샷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스포츠조선이 주최하고 2016~2017시즌 남녀부 우승 팀인 현대캐피탈과 IBK기업은행이 후원하는 이번 대회에는 전 현직 배구 사령탑, 은퇴한 배구 스타들, 구단 및 연맹, 스폰서 관계자 등이 모여 평소 갈고 닦은 골프 실력을 겨룬다.
여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06.12/

'제5회 배구인 자선 골프대회'가 12일 오전 경기도 여주의 솔모로 컨트리클럽에서 열렸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이 경기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스포츠조선이 주최하고 2016~2017시즌 남녀부 우승 팀인 현대캐피탈과 IBK기업은행이 후원하는 이번 대회에는 전 현직 배구 사령탑, 은퇴한 배구 스타들, 구단 및 연맹, 스폰서 관계자 등이 모여 평소 갈고 닦은 골프 실력을 겨룬다.
여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06.12/

"아유…. 이건 나보고 죽으란 이야기지!"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66)의 투정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12일 경기 여주 솔모로CC에서 진행된 제5회 배구인 골프대회. 오랜만에 필드에 선 박 감독이다. "간만에 나오려고 신발장을 열었는데 골프화가 다 삭았더라고."

특유의 호쾌한 웃음으로 나섰지만, 걱정이 앞섰다. 상대들이 쟁쟁했다. 팔팔한 40대 지도자 틈에 꼈다. 박 감독은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44),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43),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42)과 같은 조에 편성됐다. "이야…. 골퍼들보다 더 몸이 좋은 감독들이네. 저 친구들은 선수지 선수. 난 오늘 무사히 도는 걸 목표로 해야겠어…."

반면 '청춘'들은 여유로웠다. 동시대에 코트를 누비며 우정을 쌓았던 세 명의 젊은 사령탑들은 화기애애했다. 스스럼 없이 농담을 건네며 티오프를 기다렸다. 김세진 감독은 특유의 넉살로 "아이구. 박 감독님께서 우리 조에 오셨네~. 박 감독님 재미있게 치실 수 있도록 잘 밀어드려야겠네요"라고 했다.

김상우 감독도 싱글벙글 웃었다. "편한 마음으로 왔어요. 그런 자리잖아요. 오히려 박 감독님께서 부담을 가지실까 걱정이 되네요. 하지만 저희가 편하게 잘 맞춰드려야죠."

신 감독은 조금 달랐다. 그는 "밀어주기요? 김세진 감독과 김상우 감독이 그렇게 이야기 했어요? 에이~ 안 되죠.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그냥 있는 그대로 치고 와야죠"라며 박 감독 쪽을 슬쩍 보며 웃었다.


'제5회 배구인 자선 골프대회'가 12일 오전 경기도 여주의 솔모로 컨트리클럽에서 열렸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이 어프로치 샷을 하고있다.
스포츠조선이 주최하고 2016~2017시즌 남녀부 우승 팀인 현대캐피탈과 IBK기업은행이 후원하는 이번 대회에는 전 현직 배구 사령탑, 은퇴한 배구 스타들, 구단 및 연맹, 스폰서 관계자 등이 모여 평소 갈고 닦은 골프 실력을 겨룬다.
여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06.12/
코트 위에선 누구보다 당당한 박 감독이지만, 그린 앞에선 한 없이 작아졌다. 까마득한 후배들이 박 감독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넸다. "감독님 술, 담배 모두 끊으셨다 들었습니다. 저희보다 공도 한참 멀리 치시겠는데요", "저희도 요즘 잘 안 되더라구요. 잘 부탁드릴게요 감독님."

박 감독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40대 젊은 사령탑들 사이에 낀 박 감독. 어떤 운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제5회 배구인 자선 골프대회'가 12일 오전 경기도 여주의 솔모로 컨트리클럽에서 열렸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이 호쾌한 티샷을 날리고 있다.
스포츠조선이 주최하고 2016~2017시즌 남녀부 우승 팀인 현대캐피탈과 IBK기업은행이 후원하는 이번 대회에는 전 현직 배구 사령탑, 은퇴한 배구 스타들, 구단 및 연맹, 스폰서 관계자 등이 모여 평소 갈고 닦은 골프 실력을 겨룬다.
여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06.12/

전반 9홀까지는 예상대로 흘러갔다. 박 감독이 뒤로 처졌다. 하지만 후반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박 감독이 맹타를 쳤다. 4연속 파를 기록하더니 버디까지 잡아냈다.

그러나 역전극은 쓰여지지 않았다. 박 감독은 89타로 조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의 막판 스퍼트는 후배들을 긴장시키기 충분했다.

라운딩을 마친 박 감독. 한결 여유있는 표정으로 "뭘~. 그냥 쳤어. 날씨 더워서 힘만 들었지"라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한 수 접어주겠다던 40대 감독들은 혀를 내둘렀다. "역시 승부사는 승부사네요. 전반엔 땅을 조금 파시더니 후반엔 다른 사람이 됐어요."


여주=김가을 임정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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