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레프트 박주형(30)은 '부산 사나이'다. 통상 부산 사나이의 이미지는 '화끈함'이다. 하지만 박주형은 반대다. 다소 내성적인 편이다. 긍정적으로 얘기하면 섬세하다. 이 섬세한 성격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 기복이 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박주형에게는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다.
박주형은 팀 내 두 번째 레프트 역할을 하고 있다. 1번 레프트인 대니보다 수비에서 좀 더 뒷받침 해줘야 한다. 그는 기대에 부응했다. 리시브 성공률 54.5%를 기록했다. 디그 성공률은 무려 80%에 달했다. 높이에서도 힘을 보탰다. 센터 신영석과 함께 팀 내 최다인 블로킹(4개)을 성공시켰다.
박주형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선수로 평가받았다. 2010년 프로에 데뷔한 박주형은 2011~2012시즌을 앞두고 우여곡절 끝에 우리캐피탈에서 현대캐피탈로 트레이드 됐다. 그러나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다 김호철 감독이 현대캐피탈의 지휘봉을 잡은 2013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2년 뒤 최태웅 감독이 사령탑에 부임하자 만개했다.
그래도 박주형이 꿋꿋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강점을 살린 덕분이었다. 박주형은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를 보유하지 않았지만 정확한 플로트 서브로 상대 패턴 플레이를 파괴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 감독이 박주형이란 카드를 끝까지 놓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전력 전만 되면 작아졌던 박주형. 그는 올 시즌 한국전력을 상대로 첫 승을 따냈던 6라운드를 계기로 자심감을 끌어올렸다. 한국전력 공략법을 터득했다. 그렇게 그는 봄배구 서막의 주인공이 됐다.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진출을 노리는 현대캐피탈의 운명을 좌우할 키맨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