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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명가' 삼성화재가 봄 배구를 진출을 향해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시즌 초반 주춤하던 삼성화재는 4~5라운드에서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키워왔다. 외국인 선수 타이스와 토종 에이스 박철우의 활약은 물론, 삼성화재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유독 많은 부상 선수들 때문이다.
주전세터 유광우(32)는 발목 수술을 한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수술이 잘못돼 독일까지 건너가 재수술을 한 뒤에도 한동안 재활에만 몰두해야 했다. 베테랑 센터 하경민(35)은 마르팡 증후군(선천성 발육이상 증후군)으로 한동안 코트를 떠나 있어야 했다. 이적생 김규민(27)도 지난해 4월 무릎 수술을 받아 6개월 가까이 재활에 전념한 바 있다. 이들 모두 각고의 재활 노력 끝에 코트로 돌아왔지만, 꾸준한 재활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부상 선수들은 휴식보다 경기 출전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위기에 빠진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 때문이다. 나 때문에 팀이 동료가 힘든 상황에 몰려서는 안된다는 단호한 의지다. 실제 유광우는 "우리 팀은 나와 (박)철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가 20대다. 주장이자 팀 내 고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뛰어야 한다"며 "몸은 힘들지만 시즌을 치르기 위해서는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도 선수들의 부상 투혼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임 감독은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뛸 수 있는 것은 강한 의지와 책임감 덕분"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부상병동' 삼성화재가 사는 법. 선수들의 강한 의지가 있지만 그것 만으로는 2% 부족하다. 선수들의 투혼을 돕는 체계적인 관리가 있다. 자칫 벼랑 끝으로 떨어질 뻔한 팀을 떠받치는 숨은 '힘'이다.
삼성화재는 선수들은 부상 정도에 따라 두 가지 방법으로 재활을 진행한다. 첫 번째는 팀내 의료진의 재활 훈련 프로그램이다. 삼성화재는 선수의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3명의 전담 의료 스태프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선수 상황에 따라 개인별로 맞춤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행한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그로저 역시 삼성화재의 전담 의료 시스템에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 바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삼성트레이닝센터 과학지원실 재활 시스템 활용이다. 팀내 의료 장비 혹은 프로그램만으로는 부족할 경우 스포츠단 내 과학지원실에서 재활을 진행한다. 시즌 개막 전 발목을 크게 다쳤던 하경민과 무릎 수술을 받은 김규민 역시 과학지원실 재활을 통해 예상보다 빨리 코트에 복귀했다.
선수들의 굳은 의지와 그들의 투혼을 돕는 체계적인 관리. 부상병동 삼성화재가 시즌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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