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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의 '배'자도 몰랐던 그다. 경기도 일산에 살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배구 선수를 할 생각이 없냐'는 제의를 받았다. 당시 지태환(25·삼성화재)의 큰 키(1m91)를 눈여겨본 박용규 현 한양대 감독의 러브콜이었다. 어린 지태환은 갈림길에 섰다. '반에서 중하위권의 성적으로 일반 인문계 고교에 진학할 것이냐,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했다. 결국 신(新)세계를 택했다. 다행히 부모님도 큰 반대를 하지 않았다.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이었다. 그러나 자신감이 부족했다. 이전에 제대로 운동을 해본 적이 없던 탓이다. 그때마다 박 감독의 격려는 큰 위안이 됐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2년이란 시간을 감수해야 했다. 고교 1학년 때 전남 벌교제일고로 전학간 뒤 1년을 쉬었다. 운동감각을 기르며 배구에 대한 기초를 닦았다. 이후 고등학교 3학년 때 다시 1년을 쉬었다. 대학에 진학한 뒤 즉시전력감으로 뛰기 위해 1년간 기량을 닦았다.
지태환은 큰 키 뿐만 아니라 긴 팔도 보유하고 있다. 배구선수에게 신장과 팔 길이는 중요한 무기 중 하나다. 지태환은 "정확한 팔 길이는 모르겠지만, 옷을 맞출 때 팔 치수를 재면 선수 중 가장 길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