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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5초면 충분했다. 펜싱 단체전 결승까지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았던 도경동(25·국군체육부대)은 단 5차례 찌르기로 최후의 무대를 지배했다. 마치 이 순간을 위해 웅크렸던 것처럼 도경동은 짧은 시간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사실 세계랭킹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도경동은 '녀석은 우리 중 최약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우리나라는 8강에서 캐나다, 4강에서 프랑스를 비교적 여유있게 물리쳤다. 페이스가 좋았기 때문에 굳이 도경동을 투입하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헝가리와의 결승은 초박빙으로 진행됐다. 변화가 필요했다. 4강까지 구경만 한 도경동은 "몸이 근질근질하다"고 했다. 원 코치는 "(도)경동이가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나도 내 용병술에 소름이 끼쳤다. 준비가 잘돼 있다곤 생각했지만 5-0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활짝 웃었다.
단체전은 개인전과 달리 단시간 초집중이 중요하다. 원 코치는 "경동이는 단체전을 워낙 잘하는 선수다. 경동이 덕분에 우리나라 팀 랭킹이 세계1위가 된 것이다. 월드컵 단체전에서도 늘 제 역할을 해줬다"고 했다. 도경동은 헝가리의 추격 흐름을 단칼에 끊어버렸다. 박상원이 기세를 이어받아 5-4를 추가하며 리드를 7점으로 벌렸다. 넉넉히 앞선 상황에서 마지막 검객으로 등장한 오상욱이 큰 실수 없이 마무리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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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동의 롤모델은 단연코 오상욱이다. 자신을 오상욱 스타일이라고 표현한 도경동은 "지금 우리는 오상욱의 시대를 살고 있다. 키 차이가 2㎝밖에 나지 않는다. 나는 상욱이형 제자라고 생각한다. 자세를 보고 따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존경심을 나타냈다.
작년 4월 입대한 도경동은 조기전역까지 자력으로 쟁취했다. 그는 금메달 시상대에서 당당히 거수경례를 올리며 자축했다. 10월 전역 예정이지만 병역특례혜택이 주어진다. 그는 "금메달을 목에 건 게 전역보다 감사한 일"이라며 미소를 머금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