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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멋진 되치기에 이은 절반. 상대는 세계랭킹 1위였다. 값진 동메달에 기뻐할 법도 했지만, '번개맨' 이준환(22·용인대)은 진한 눈물을 흘렸다.
이준환은 이번 대회 한국 유도가 준비한 '다크호스'였다. 2년 전 혜성 같이 등장한 이준환은 첫 시니어 국제대회였던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하고, 20여일 뒤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에선 도쿄올림픽 금·동메달리스트를 차례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이준환을 두고 국제유도연맹(IJF)은 "선수 소개가 끝나기도 전에 한판승을 따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빠르다"라며 '번개맨'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이후 이준환은 2023년 1월 포르투갈 그랑프리, 12월 도쿄 그랜드슬램, 올해 4월 아시아개인선수권대회를 차례로 제패했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거침이 없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올림픽 금메달 뿐이었다. 다른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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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환은 시종 그리갈라쉬빌리를 몰아붙였다. 상대는 당황했다. 체력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한끗이 부족했다. 종료 직전 안오금띄기로 절반패했다. 이준환은 "세계선수권 때 두 번 만나 두 번을 다 져서 많이 대비하고 연구했다. 내가 생각한대로 다 됐었던 것 같았는데 전략적인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얻은게 많은 올림픽이었다. 이준환은 "동메달을 따고 기쁜 생각은 안 들었다. 금메달을 목표로 항상 살아왔기 때문에 다시 4년을 준비해야 한다. 아직은 실력이 상대 선수들보다 부족해서 동메달에 그친 것 같아다.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올림픽을 통해 좀 시야가 더 넓어진 것 같다. 한국에 돌아가면 잘 준비해서 LA 대회에서는 꼭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번개맨'의 커리어는 이제 시작이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