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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자핸드볼이 '살아있다', '미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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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전 감독은 설명이 필요 없는 '레전드'다. 올림픽(1992년), 세계선수권(1995년), 아시안게임(1990, 1994년), 아시아선수권(1991, 1993, 1995, 1997년) 등 각종 메이저 대회에서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그는 1992년 바르셀로나부터 2008년 베이징까지 올림픽 무대도 다섯 차례나 밟았다. 금메달 1, 은메달 2,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핸드볼 대표팀의 얘기를 담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주인공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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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온아는 등장부터 강렬했다. 그는 막내로 출격했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게임 체인저'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당시 '맏언니'로 함께 했던 오 전 감독은 "(김)온아는 남에겐 없는 장점이 있다. 베이징대회 마지막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경기도 잘 풀리지 않았었다. 그때 온아가 들어가서 '탁탁'해줬다. 생각나는 장면이 하나 있다. 온아가 막내니까 직접 공격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패스를 했었다. 그때 벤치에서 '온아, 네가 하라고!' 소리쳤던 기억이 있다"며 웃었다.
김온아는 "모든 선수는 국가대표, 올림픽 메달을 꿈꾼다. 베이징대회 당시에는 유럽파 선배들이 많았다. 함께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았다. 하지만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었다(웃음). 그래도 힘들게 준비한 것을 메달로 보상 받는 느낌이었다. 선배들이 메달을 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내였지만, 그래도 내가 이 동메달을 따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하지만 그 뒤로 두 번 더 출전한 올림픽에선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래서 아직 올림픽 트라우마는 있다"고 고백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핸드볼경기장 명예의전당 한켠에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수 십명의 메달리스트 중 마지막 이름은 김온아다. 2008년 이후 올림픽 메달이 끊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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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골키퍼' 박새영은 선배들의 '무용담'에 두 눈을 반짝였다. 그는 "2008년 베이징대회 때는 중학교 2학년, 2012년 런던대회 때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그때 TV로 경기를 봤었는데, 그 비하인드를 직접 들으니 정말 신기하다"며 웃었다.
1994년생 박새영은 한국 여자 핸드볼을 이끌 '뉴 황금세대'로 꼽혔다. 그는 2014년 열린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 우승 주역이다. 이후 성인 대표팀에도 승선, 붙박이 '안방마님'으로 뛰고 있다. 하지만 대표팀 성적은 예전 같지 않다. 여자 핸드볼은 '국제 경쟁력 약화'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파리올림픽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고 중요하다. 박새영은 파리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 그는 올 시즌 통합 H리그 여자부 세이브 1위(230개)를 달리고 있다.
박새영은 "올림픽은 선수 커리어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도쿄올림픽 때 부상으로 탈락해 허탈했었다. 파리올림픽도 아직은 모른다. 그래서 더 멀게만 느껴진다. 만약 올림픽에 가면 처음이다. 참가에 의미를 두기보단 내 포지션에서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 요즘 세계 대회에 나가면 '골키퍼가 부진하다'는 말을 듣는다. 방어율을 더 높이고 싶다. 무조건 훈련이다. 선배들 말 들으니 '나는 참 곱게 핸드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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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전 감독은 올림픽 레전드, 김온아는 해설위원, 박새영은 선수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각자의 상황과 위치는 다르지만, 올림픽을 맞이하는 과정은 늘 가슴 뛰고 설레는 일이다. 오 전 감독은 "한국 여자 핸드볼이 '바닥을 쳤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 후배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핸드볼이 살아있다', '미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움츠러든 것 같았다. 자신있게 했으면 좋겠다. 온아는 이번에 해설을 한다고 들었는데, 잘 할 것 같다. (박)새영이와는 이번에 처음으로 길게 대화를 해봤다. 얘기를 들어보니 무척 성실하고, 목표가 명확한 것 같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덕담했다.
김온아는 "올림픽 메달을 떠나서 다음, 그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그 말을 해주고 싶다. 사실 예전에는 국가대표로 뛰는 게 부담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책임감이다. 그냥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새영은 "그냥 무조건 최선을 다하겠다. 무조건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올림픽 꿈을 얘기했다.
송파=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