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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 영상' 보고 역도 시작한 '제2의 장미란' 박혜정, 세계선수권에 이어 아시안게임까지 품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3-10-07 17:32


'장미란 영상' 보고 역도 시작한 '제2의 장미란' 박혜정, 세계선수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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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제2의 장미란' 박혜정(20·고양시청)이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최중량급(87㎏ 이상) 챔피언에 올랐다.

박혜정은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5㎏, 용상 169㎏, 합계 294㎏을 들어 우승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역도 종목에서 우승한 건, 2010년 광저우 대회 여자 최중량급(당시에는 75㎏ 이상)에서 금메달을 딴 장미란(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후 13년 만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손영희(30·부산시체육회)는 이날도 인상 124㎏, 용상 159㎏, 합계 283㎏으로 2위를 해 2회 연속 은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역도 선수가 1, 2위로 아시안게임 시상대에 오른 건 여자부에서는 처음이고 남녀 통틀어서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남자 90㎏급 김병찬(금메달), 이형근(은메달), 남자 110㎏급 김태현(금메달), 전상석(은메달) 이후 33년 만이다.

이 체급 최강자 리원원(23·중국)이 부상으로 불참하면서, 박혜정은 유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박혜정은 지난달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23년 세계역도선수권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4㎏, 용상 165㎏, 합계 289㎏을 들어 3개 부문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과 달리 세계역도선수권에서는 인상, 용상, 합계에 모두 메달이 걸렸다. 박혜정은 3개 부문을 싹쓸이했다.

한국 역도가 세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에서 우승한 건, 2021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대회 손영희(30·부산시체육회) 이후 2년 만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최강' 중국이 출전하지 않았다. 손영희는 2021년에 인상에서는 2위에 머물렀고, 용상과 합계에서 금메달 2개를 땄다. 하지만 박혜정은 이 체급 3개 부문 세계 기록(인상 148㎏, 용상 187㎏, 합계 335㎏)을 보유한 '도쿄올림픽 챔피언' 리원원(중국)이 나선 대회에서 인상, 용상, 합계 모두 1위를 차지하는 최초의 역사를 만들었다.


'장미란 영상' 보고 역도 시작한 '제2의 장미란' 박혜정, 세계선수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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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도 이루지 못한 쾌거다. 장미란 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현역 시절 총 4차례(2005년 카타르 도하, 2006년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 2007년 태국 치앙마이, 2009년 한국 고양시) 세계 챔피언에 올랐으나, 이 기간에도 인상은 1위 자리를 다른 선수에게 내준 바 있다.

여자 최중량급 우승 경쟁은 일찌감치 박혜정과 손영희의 2파전으로 굳어졌다. 인상에서 손영희가 1차 115㎏, 2차 120㎏, 3차 124㎏을 차례대로 성공하자, 박혜정도 118㎏, 123㎏, 125㎏으로 조금씩 무거운 무게를 들어 근소하게 앞서나갔다. 두안각소른 차이디(26·태국)가 합계 275㎏(인상 120㎏·용상 155㎏), 3위로 경기를 끝낸 뒤 박혜정과 손영희의 대결은 더 치열해졌다.


손영희는 용상에서 1차 155㎏, 2차 159㎏을 성공해 박혜정을 압박했다. 하지만, 박혜정은 침착하게 157㎏, 160㎏을 들었다. 손영희는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자신이 보유한 용상 한국 기록과 같은 169㎏을 신청했다. 승부수를 띄웠지만, 아쉽게 바벨을 뒤로 떨어뜨렸다. 박혜정은 용상 169㎏도 번쩍 들어 이 부문 타이기록을 세우며 '클린 시트'(인상, 용상 총 6차례 시기 모두 성공)로 경기를 마쳤다.

평범한 초등학생이었던 박혜정의 인생을 바꾼 것은 장미란의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영상이었다. 깊은 인상을 받은 박혜정은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안산시체육회에 찾아가 "역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혜정의 가능성을 본 안산시체육회는 '역도 명문' 안산 선부중으로의 전학을 도왔다. 1m75-117㎏의 이상적인 체격에, 파워, 순발력을 두루 갖춘 박혜정은 타고난 역도 선수였다. 재기발랄한 감성에, 독한 승부욕까지 갖춘 그는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었다. 한국 중학생 신기록(합계 259㎏), 주니어 신기록(290㎏)을 연거푸 작성하며 '포스트 장미란'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주니어 무대에서도 적수가 없었다. 연령 제한에 묶여 시니어 대회에 나서지 못했던 박혜정은 지난해 4월 첫 시니어 대회였던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 역도 대표선발 평가전에 나서 우승을 거머쥐며 화려한 신고식을 했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세계선수권에 처음 출전한 2022년에는 합계 274㎏(인상 119㎏·용상 155㎏)으로 8위에 그쳤다. 고교 2학년 때 합계 290㎏을 들었던 박혜정은 고교 3학년 목표를 '합계 300㎏'로 정했다. 하지만, 고교 3학년이던 지난해 그의 합계 최고 기록은 오히려 퇴보한 285㎏이었다. 부담감이 슬럼프로 이어졌다.

박혜정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올해 실업 생활을 시작한 박혜정은 5월에 열린 진주아시아역도선수권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7㎏, 용상 168㎏, 합계 295㎏을 들어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당시 우승을 차지한 리원원의 합계 기록 315㎏(인상 140㎏·용상 175㎏)과 격차가 있었지만, 박혜정은 합계와 인상 2위, 용상 3위에 오르며 국제 경쟁력을 증명했다. 2020년 이후 합계 295㎏ 이상을 든 여자 선수는 리원원과 박혜정, 두 명뿐이다.

세계선수권을 품은 박혜정은 아시안게임까지 품으며, 포스트 장미란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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