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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올림픽]"심판, 제 점수 아닌데요" 직접 점수판 뒤집은 탁구 박채유, 박수 받아야 할 '스포츠맨십'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3-06-24 13:24 | 최종수정 2023-06-24 15:25


[스페셜올림픽]"심판, 제 점수 아닌데요" 직접 점수판 뒤집은 탁구 박채…
◇선수단 숙소에서 포즈를 취한 탁구 대표팀 남자 선수들. 왼쪽부터 박용석 감독, 고필재, 박채유. 김형섭(아래)은 '나도 사진 같이 찍겠다'며 불쑥 뛰어들었다. 사진(베를린)=윤진만 기자

[스페셜올림픽]"심판, 제 점수 아닌데요" 직접 점수판 뒤집은 탁구 박채…
사진제공=스페셜올림픽코리아

[베를린(독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한민국 스페셜올림픽 탁구 대표 박채유(24)는 경기 도중 갑자기 점수판으로 다가가 직접 한국의 점수를 내리고, 상대팀 인도의 점수를 올렸다. 이 장면을 본 관계자들, 심판, 상대팀 선수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무얼 한걸까.

22일 독일 베를린 선수단 숙소에서 박채유를 직접 만나 사연을 듣고서야 그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은 박채유와 박용석 탁구 대표팀 감독(56)의 이야기를 통해 '점수판 정정 사건'을 재구성한 것이다.

21일 메세 베를린에서 열린 '2023년 스페셜올림픽 세계 하계대회' 탁구 복식 인도전. 1세트를 잡은 한국은 2세트 초반 0-3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박채유는 실수로 공을 날렸다. 한데 심판이 한국쪽 점수를 넘기면서 1-3이 됐다. 그때, 박채유는 말 없이 점수판 쪽으로 다가가 한국의 점수를 1에서 0으로 바꾸고, 인도쪽 점수를 3에서 4로 바꿨다.

박채유는 심판의 판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분명 내가 친 공이 아웃이 됐는데, 우리쪽 점수를 줬다고 생각했다. 비록 2세트 초반 밀리고 있었지만, 점수를 직접 정정하는게 옳다고 생각해 이를 행동으로 옮겼다. 본인도 이런 일은 처음이다. 하지만 마음보단 몸이 먼저 반응했다.

심판들은 그런 박채유를 향해 '최고'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선보인 박채유와 한국 팀은 결국 역전에 성공해 세트스코어 2대0으로 승리했다. 매너, 결과를 모두 챙겼다.

박 감독은 "탁구에서 그런 일은 잘 안 일어난다. (박)채유가 본능적으로 그렇게 행동한 것 같다"며 "이번 대회는 최선을 다해 자기 기량을 발휘하는데 목적이 있다. 정직하게 플레이하고, 정직하게 성장하는 게 좋다. 그동안 채유에게 탁구를 가르친 감독님, 코치님들이 인성 교육도 잘 시켰기에 나온 장면이 아닐까 싶다"며 기특해했다.

박채유가 탁구를 접한 건 중학교 때다. 그때부터 탁구에 재미가 들러 십년 가까이 탁구채를 쥐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 스페셜올림픽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왕 출전했으니, 금메달을 따면 좋을 것 같다고, 그래서 메달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박채유는 말했다.

박채유와 함께 복식에 나선 고필재는 서브로 점수를 딸 때가 가장 짜릿하다고 했다. 관중이 많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정말 좋겠단다.

1999년 대회 때부터 감독으로 참여한 박 감독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한뼘 성장해 사회 구성원으로 발돋움 할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박채유처럼 정직한 선수, 정직한 사회 구성원이 되기를 바랐다.
베를린(독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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