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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올림픽]'조용한 승부사' 롤러스케이터 하은이의 눈물, 그리고 꿈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3-06-22 12:57 | 최종수정 2023-06-22 12:58


[스페셜올림픽]'조용한 승부사' 롤러스케이터 하은이의 눈물, 그리고 꿈
사진제공=스페셜올림픽코리아

[스페셜올림픽]'조용한 승부사' 롤러스케이터 하은이의 눈물, 그리고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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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올림픽]'조용한 승부사' 롤러스케이터 하은이의 눈물, 그리고 꿈
◇박하은 어머니 박진희씨. 사진제공=스페셜올림픽코리아

[베를린(독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어릴 때부터 롤러(스케이팅)를 좋아했어요. 실력도 제법 있었고요."

스페셜올림픽 롤러스케이트 선수 박하은(19)의 모친 박진희씨는 담담하게 딸 하은이 롤러스케이팅과 인연을 맺은 스토리를 풀기 시작했다.

박씨는 현지시각 21일 오전 독일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 아이스링크에서 기자와 만나 "하은이가 여섯살 때 특수 심리 차원에서 운동을 시켰다. 어느덧 운동을 한지 12~13년이 됐다. 당시 담당 선생님이 충북에서 빙상을 담당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롤러를 접했다. 지금 (박)하은이가 4개 종목을 하고 있는데, 롤러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처음 스케이트를 신는 순간부터 남다른 운동 신경을 뽐냈던 박하은은 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 대회 스페셜올림픽에서 단연 두각을 드러냈다. 2015년 LA 스페셜올림픽에서 한국인 최연소 선수로 출전한 그는 2019년 아부다비 스페셜올림픽에서도 역시 최연소 선수로 출전해 한국의 첫번째 승리자(금메달)로 이름 올렸다. 3회 연속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한국 롤러스케이팅팀 최연장자로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박씨는 "하은이는 여름에 육상, 롤러 종목을 하고, 겨울엔 스케이트와 스피드스케이팅을 한다. 스페셜올림픽 동계 대회에도 출전하고 있다"며 "작년엔 처음으로 장애인 전국체전에 출전했다. 학생 제전에만 출전하다 성인들하고 처음 겨뤄 9명 중 4위를 했다. 본인은 아쉬워하면서 다음에 나가면 3등 안에 들겠다고 한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웃었다.

박하은의 승부욕은 이날 오후에 진행한 100m 결선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상시 100m를 14~15초대로 주파하는 박하은은 이날 초반 레이스에서 포지셔닝에 실패하며 끝내 우지(중국)를 따라잡지 못했다. 18초01의 기록으로 2위, 2번째 승리자(은메달)를 획득했다. 박씨와 잘못된 점에 대해 의사소통을 주고받던 박하은은 그만 왈칵 눈물을 쏟았다. 주종목이 장거리인 점을 고려할 때 나쁘지 않은 성과지만, 누구보다 박하은 본인이 만족하지 못한 것 같다.


[스페셜올림픽]'조용한 승부사' 롤러스케이터 하은이의 눈물, 그리고 꿈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이용훈 회장과 단체사진 찍은 롤러스케이트팀. 사진제공=스페셜올림픽코리아
박하은은 자폐성 장애 2급이다. 박씨, 류연정 롤러스케이팅 감독,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직원 등에 따르면, 박하은은 집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입을 닫는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여느 여고생처럼 수다를 떨지만, 밖에선 입을 열기를 거부한다. 이날도 손 모양과 표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박씨는 "하은이에게 물어보니까 밖에서 얘기를 하려고 하면 말문이 막히는 느낌이라고 한다. 말을 하지 않아서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하는 일도 있다. 화장실을 가야 할 일이 생길까봐 식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LA 대회 때는 내가 도중에 LA로 간 적이 있다. 그 후론 계속 따라다니고 있다. 그래도 딸이 어떻게든 말을 하려고 한다는 것은 이겨내려는 노력으로 보고 있다.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박하은의 동생도 발달장애인이다. 똑같이 롤러스케이팅에 재능을 보이고 있다. 이번 대회에 함께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동생은 15세까지인 출전 연령 제한에 걸려서 아쉽게 동행하지 못했다. 2027년 호주 퍼스에서 열리는 대회 때는 두 자매가 같이 힘차게 질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제천여고에 재학 중인 박하은은 대원대 진학이 예정돼있다. 충북 지역에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후엔 장애인 체육 전임지도자를 꿈꾼다. 미리 설계된 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리고 있다. 눈물로 아쉬움을 털어낸 박하은은 24일 300m 종목에서 다시 첫번째 승리자에 도전한다. 박씨는 그날도 어김없이 관중석을 찾아 '최후의 우승자는 너야 너~ 너야 너~'라고 적힌 응원 플래카드를 들고 서있을 것이다.
베를린(독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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