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테마파크같은 '디지털 놀이터',경기학생스포츠센터에 답이 있다[尹정부에 바란다:학교체육 제언②]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22-04-19 11:06 | 최종수정 2022-04-20 09:46


폐교를 리모델링해 개장한 용인 경기교육청 경기학생스포츠센터는 어린이들에게 아주 특별한 공간이다. 모든 시설을 디지털화해 어린이들이 손목에 찬 스마트 밴드를 통해 기록된다. 어린이들은 딱딱한 체육시간이 아닌, 테마파크처럼 신박한 스포츠 시설에서 즐겁게 활동할 수 있다.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경기도교육청 경기학생스포츠센터 정대진 장학사는 "IT와 스포츠를 접목하지 않으면 체육교육은 도태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도 스포츠의 본질이 함께 땀 흘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정 장학사가 경기학생스포츠센터와 협력중인 스포츠 시설업체, 체육단체 로고가 담긴 월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코로나 '집콕' 3년차, '대한민국의 미래' 우리 아이들의 체력 저하가 심각하다. 지난해 교육부의 학생건강체력평가(PAPS) 결과,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하위등급인 4·5등급 비율이 12.2%에서 17.7%로 급등했다. 신체활동은 현격히 줄고, 아동비만은 급증했다. 서울시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서울 초중고생의 과체중 및 비만 비율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26.7%에서 지난해 32.1%로 크게 늘었다. 아이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이미 12년 전인 201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소아, 청소년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1조3638억원이었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 신체활동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94.2%가 운동부족.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신체활동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최하위이고 자살률은 OECD 상위권이다. 아이들이 뛰어놀지 않는 나라,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엔 미래가 없다. 스포츠조선은 내달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더는 미뤄선 안 될 백년대계,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주>


경기학생스포츠센터 풋살장에서 경기에 앞서 어린이들이 스포츠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센터서클에 경기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나오고, 골을 터트리면 경기장 전체 불이 꺼지고 바닥에 골을 알리는 문구가뜬다.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 시절인 1월 25일 '체육인이 바란다' 행사에 참석해 "학교체육이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학생들의 기초체력이 무너지고 있다. 학생들의 기초체력을 강화하고, 학교 체육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학교체육은 달라져야 한다. 수십 년 전에 나온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선생님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이야기가 아직까지 현장에서 회자된다는 건, 그만큼 오랫동안 정체됐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 이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체육교육은 시설도, 콘텐츠도, 접근법도 달라야 한다.


경기학생스포츠센터 'GX3실'에서 아이들이 규칙에 맞춰 운동하는 모습.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4.14/
테마파크같은 디지털 놀이터, 경기학생스포츠센터를 주목하는 이유

2021년 3월 출범한 경기학생스포츠센터는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힘을 합쳐, 폐교를 학교체육시설로 리모델링한 전국 최초의 사례이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디지털 스포츠 시스템을 구축한 최초의 복합스포츠센터다.

2018년 용인시 기흥중이 학생수 감소로 폐교되면서, 경기도교육청과 용인시가 이 시설을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를 위해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경기도교육청이 78억원, 용인시가 19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만든 센터는 스포츠와 게임, 교육이 하나로 어우러진, 경기도 아이들의 행복한 '디지털 놀이터'다.


경기도교육청 경기학생스포츠센터를 이용하는 어린이들은 스마트 밴드를 차고 각 시설에 입장한다. 이 스마트 밴드를 터치해 등록을 하고 모든 스포츠 활동이 기록된다.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4.14/

경기도교육청 경기학생스포츠센터에선 모든 활동이 스마트기기를 통해 이뤄친다. 스마트 밴드를 터치하면 등록이 되고 운동 활동이 자동으로 기록된다.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경기도교육청 경기학생스포츠센터에서 한 어린이가 스마트 밴드로 등록하는 모습.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경기도교육청 경기학생스포츠센터 농구시설. 림까지 높이가 다양하고, 팀별로 나뉘어 경기를 진행할 때 양팀 득점이 표시된다.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지난 14일 오전, 스마트밴드를 손목에 찬 용인 상하초등학교 남녀 어린이 30명이 센터에 들어섰다. 키오스크에 팔을 터치하자 등록이 자동완료됐다.

1층 스포츠융복합 콤플렉스 농구대의 높낮이와 골대의 크기는 제각각이었다. 각자의 신체발달 상황, 운동능력치에 맞춰 설계된 형형색색의 농구골대 앞에서 아이들은 남녀 양팀으로 나뉘어 거침없이 슈팅을 날렸다. 골이 들어갈 때마다 디지털 전광판에 자동으로 점수가 올라갔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경기도교육청 경기학생스포츠센터. 디지털화한 다양한 스포츠 관련 시설들을 갖춰 어린이들이 즐겁게 놀이처럼 스포츠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경기학생스포츠센터에서 한 어린이가 불이 켜진 부분을 발로 차는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층에 자리한 축구 슈팅-드리블, 농구 슈팅 동작 연습이 가능한 '세계로 미래로실'에선 아이들의 기록이 컴퓨터에 자동 기록됐다.

크로스핏과 근력을 테스트하는 3층 'GX3실'에서 아이들은 정해진 코스를 질주했다. 스포츠 강사는 코스를 이야기해주고, 기본 룰만 설명했을 뿐 방법은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 "마음대로 달리면 돼. 정답은 없어"라고 했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존중했다. 이름, 심박수, 기록 등 모든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떴다.

풋살과 드론축구가 가능한 '실기연수실'에선 신나는 풋살 한판이 펼쳐졌다. 골이 들어갈 때마다 눈부신 디지털 조명, 짜릿한 음향 효과와 함께 코트 위에 'GOAL!(골!)'이라는 글씨가 새겨졌다.

테마파크같은 '신박한' 디지털 스포츠센터는 순식간에 입소문이 났다. 서울, 부산, 충남, 충북교육청 등 전국 각지에서 참관 문의가 빗발쳤다. 도내 학교들의 관심도 뜨겁다. 지난 1월 신청공문을 뿌리자마자 2주도 안돼 올해 12월 1일까지 예약이 마감됐다.

현재는 오전 30명, 오후 30명, 하루 60명이 이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경기 지역 연 1만2000명의 학생들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학생스포츠센터 'GX3실'에서 아이들이 함께 운동하는 모습.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용인 경기도교육청 경기학생스포츠센터는 단순한 스포츠 시설이 아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화한 시설이 어린이들의 마음을 끌어잡는다. 농구를 재미있는 방식으로 즐기고 있는 어린이들.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스마트 체육의 본질은 '함께' '즐겁게' 땀 흘리는 것

센터 운영과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정대진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는 "운동을 전혀 안하던 아이들, 운동을 싫어하던 여학생들도 이곳에 오면 달라진다. 꼼짝도 안하던 아이가 신나게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한 학부모는 눈물을 흘리더라"고 했다. "선생님들도 교실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던 아이들이 여기 와서 뛰어노는 게 너무 신기하다고 한다. 아이들은 당연히 뛰어놀고 움직여야 한다. 안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환경이 안돼서 못한 것이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맘껏 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했다.

경기학생스포츠센터에선 아이들의 환호성과 웃음이 끊어지지 않았다. 정 장학사는 "IT와 스포츠를 접목하지 않으면 체육교육은 도태된다"고 단언했다. "체육교육이 발달하려면 IT기술을 접목해 수용자인 학생들에게 맞춤형 동작 분석, 개인별 누적 데이터, AI 등 최신 정보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스마트 기술은 그저 도울 뿐, 체육의 본질은 함께 땀 흘리는 것"이라는 기본도 잊지 않았다.

교육청은 단순히 시설 뿐만이 아닌 스포츠 가치를 아는 전문성 갖춘 민간업체와 열린 마음으로 협업해 시너지 효과를 봤다고 했다. 정 장학사는 "예전엔 체육교육 목표로 신체만 강조했는데, 지금은 체육을 통한 뇌 발달까지 이끌어내는 과도기다. 이 과도기가 지나면 진짜 우리가 원했던 체육교육,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대인관계도 적극적인 아이들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인 경기도교육청 경기학생스포츠센터.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경기도교육청 경기학생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현장체육교사들의 연구모임.
센터는 아이들의 놀이터일 뿐 아니라 체육교사들의 배움터다. 매주 화, 목요일 저녁이면 '수업디자인연구회' '경기도뉴스포츠연구회' '용인놀이체육연구회' 'IOT학교체육연구회' '함께 움직이는 체육 정책실행연구회' 등 교사들의 연구 모임이 이어진다. 자발적인 연구와 연수를 통해 체육수업 콘텐츠는 끊임없이 진화된다.

경기학생스포츠센터는 오랫동안 고민해온 초·중·고 체육교육 연계성 확보를 위해 초등 교원 학교체육 역량강화 연수, 초·중등 통합 학교체육 연수, 중등 실기 중심 연수와 최근 스마트 체육 발달에 맞춘 학교체육 스마트 연수도 진행할 계획이다.

성정현 경기도교육청 학생건강과장은 "학교 현장의 적극적인 스포츠 체험학습 참여 열기가 놀랍다. 경기학생스포츠센터를 확대 운영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 향후 경기북부 지역 센터 건립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운영할 예정"이며 "경기도 내 각 기초자치 단체와 협력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용인=민창기, 전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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