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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가 너희에게 주는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자유시간'이다."
조종현 선생님(평촌고등학교)과 함께하는 첫 수업 시간에는 특별한 선물(?)이 준비돼 있다. 바로 초코바 '자유시간'이다. '종현쌤'의 깜짝 선물. 이유가 있다.
"혹시 '아나공'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아나, 나가서 공이나 가지고 놀아'의 줄임말이죠. 제가 중·고등학생 때만해도 체육시간은 '아나공'으로 대표됐어요. 고등학교 3학년 체육시간은 '자습시간'이라는 이미지도 강했고요. 왜 그랬을까요. 그렇게 하면 편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정말 편할까요.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교사의 자존감이 낮아진다고 생각해요. 저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수업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첫 수업 때 학생들에게 명확하게 얘기하는 거죠. '자유시간은 체육시간에 찾는 것이 아니라, 슈퍼마켓에 가서 사 먹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이죠."
수업에 열정 넘치는 '종현쌤'. 하지만 그에게도 2020년 코로나19 세상은 당황스럽기만 했다. 20년차 베테랑 '종현쌤'에게도 코로나19 시대는 낯섦 그 자체였다.
"개학이 몇 차례 연기됐어요. 그 결과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 됐고요. 그래도 초반에는 '한두 달 정도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름 방학이 지나도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는데, 현실이 된 거죠. 너무 낯선 상황이었어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언제부터 오프라인 수업을 할 수 있는지 기약이 없었어요. 모든 매뉴얼이 무너지고, 변수가 많아진 상황. 무엇보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물어볼 대상이 없어서 당황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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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상황. '종현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수업'이었다. '종현쌤'은 기본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수업을 준비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비대면 수업을 위한 시스템은 갖춰졌어요.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였어요. 자칫 가르침도 배움도 없는 수업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하루에 수업 회의를 수차례 했어요. 많을 때는 10번씩도 했고요. 체육 교과 선생님들과 회의를 거듭하며 영상을 제작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영상을 가지고 와서 틀어주는 건 의미가 없으니까요. 농구든 배구든 제가 직접 영상을 찍어서 학생들에게 제공했어요."
'종현쌤'은 학생들이 온라인으로도 쉽고 재미있게 따라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제공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배구와 리듬을 결합한 '리듬발리볼트레이닝'은 학생들에게 유독 인기가 높다.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런데 고민은 저만 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래서 대한민국 체육 선생님 채팅방을 만들었어요. 전국에 있는 체육 교사들이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공간이에요. 교구 추천부터 수업 방법 공유까지 스펙트럼도 넓어요. 피드백이 빠르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서로 자극도 받고 정보 공유도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돼요."
코로나19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경계선을 그어 놓았다. 하지만 '종현쌤'은 온라인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대한민국 학교체육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가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대로 체육 수업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시행착오도 정말 많이 겪었어요. 하지만 수업을 정말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스포츠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로 가르치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내 표정과 말로도 학생들은 배워요. 제 인성 교육도 중요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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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이 쉽게 바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2021년은 투 트랙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병행 가능한 수업을 진행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올해는 꼭 체육대회를 하고 싶어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준비하고 있어요. 선생님은 가득채운 냉장고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죠. 텅 빈 냉장고에서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아요. 오늘 배워서 내일 수업하자는 마음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20년을 달려왔는데, 앞으로 10년 더 열심히 달릴 겁니다. 혼자가 아닌 더 많은 선생님과 힘을 모아서요. 학생들에게 제 열정을 심어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수업이에요."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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