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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잠자던 사자가 드디어 눈을 번쩍 뜨고 우렁차게 포효했다. 그러자 아무도 그 기세를 꺾을 수 없었다. 국내 선수의 자존심을 등에 진 강민구의 혼신을 다한 저항도 프레드릭 쿠드롱의 엄청난 위력 앞에서는 오래 버틸 수 없었다. 쿠드롱이 프로당구투어 PBA 4차 대회에서 드디어 진면목을 보여주며 첫 우승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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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과적으로 강민구는 불운했다. 하필 쿠드롱이 이번 대회에 최전성기급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드롱은 마지막이 된 6세트를 불과 3이닝 만에 끝내버렸다. 강민구가 어떻게 해 볼 여지가 없었다. 압도적인 위용이었다.
사실 수많은 당구 팬들은 이러한 쿠드롱의 모습을 진작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프로당구 PBA가 처음 출범할 때 간판으로 내세운 선수가 바로 쿠드롱이었기 때문이다. 쿠드롱은 이미 세계 3쿠션계의 최정상에 올랐던 인물이다. 토브욘 브롬달(스웨덴)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등과 함께 '세계 4대 천왕'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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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이 구겨질 법도 했지만, 쿠드롱은 담담하게 샷을 가다듬으며 컨디션을 조율했다. 그는 "1차 대회 때는 해외 매치를 마치고 참가하느라 경기 5시간 전에 입국해서 컨디션 조절을 못했다. 또 한국 선수들도 예상보다 더 기량이 뛰어나 2, 3차 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서도 목 근육통이 있었지만 컨디션을 잘 조율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은 컨디션 조절이 관건이었다. 이미 갖고 있는 기량으로는 적수가 없는 쿠드롱이 PBA의 여러 제반 환경에 적응하느라 1~3차 대회에 좋은 성적을 못 낸 것이다. 3차 대회가 끝난 후 쿠드롱은 고국 벨기에로 돌아가지 않고 국내에 남아 계속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가 4차 대회 우승이다. 이제 우승하는 방법을 알았으니 독주를 시작할 수도 있다. 각성한 쿠드롱을 과연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쿠드롱의 시대'가 열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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