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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여전히 설득력있는 가르침이었다. 최근 막을 내린 제57회 전국봄철배드민턴리그(대학·일반부)에서 특히 그랬다.
하지만 선수별 개인 성적을 놓고 보면 이번 대회의 두드러진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른바 '노장', 베테랑의 건재한 위력이다. 반면 젊은 국가대표는 적잖이 체면을 구겼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자 일반부 최우수선수(MVP) 배연주(29·인천국제공항)다. 배연주는 2016년 리우올림픽이 끝난 뒤 이용대(31·요넥스), 유연성(33·수원시청) 등의 '은퇴 러시'가 있을 때 함께 대표팀을 떠났다. 이번 대회 삼성전기와의 결승전에서 마지막 단식 주자로 나와 우승을 확정짓는 등 조별리그 예선부터 결승까지 6경기에 출전해 팔팔한 후배들을 상대로 한 번도 패하지 않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같은 소속팀의 성지현(28)도 여자단식 대표팀의 최고령이지만 국가대표 후배 김가은(삼성전기)과의 결승전 1단식을 포함해 4경기 모두 세트 스코어 '2대0' 완승 행진을 펼쳐보였다.
남자단식에서 '불굴의 전설'로 불리는 이현일(밀양시청)은 우리 나이로 '불혹'인 1980년생으로 역대 남자단식 가운데 가장 늦은 나이까지 전성기 못지 않은 활약을 유지하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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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전인 까닭에 소속팀 다른 후배들이 받쳐주지 못해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40세 이현일의 투혼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현일과 친구이자 밀양시청 사령탑인 손승모 감독은 "단식 종목 특성상 체력-패기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노하우, 노련미다"면서 "이현일은 '수'가 다르다. 체력을 덜 소진하면서 어린 선수들을 이른바 '갖고 놀 수 있는' 베테랑의 능력을 갖고 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지금도 손완호 정도를 제외하곤 국내에서 이현일을 쉽게 이길 수 있는 후배는 없을 것"이라는 손 감독은 "현일이는 내가 간섭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하루 종일 알아서 운동한다. 후배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덧붙였다.
복식에서도 은퇴한 베테랑의 활약이 눈길을 끌었다. 간판 스타 이용대는 조별리그에서 자신이 출전한 6경기에서 전승(1기권승 포함)을 거뒀다. 팀 사정상 최솔규, 정정영과 번갈아 짝을 이루며 안정된 복식조를 꾸리지 못했음에도 모두 2대0 완승을 했다. 출전 선수가 부족한 바람에 팀 요넥스는 예선 탈락했지만 후배를 리드하는 이용대의 솜씨만큼은 '명불허전'이었다.
이용대와 마찬가지로 은퇴 후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 중인 고성현(32)-신백철(30·김천시청) 역시 조별리그 4경기에서 후배들을 상대로 완승 행진을 했다. 현 국가대표팀 통틀어 최고령 조합인 장예나(30)-정경은(29·김천시청)도 자신들이 출전한 4경기를 모두 승리했다. 이들 '왕언니'에게 패한 상대 선수 중에는 김소영(27)-김혜린(24·인천국제공항), 공희용(23·전북은행) 등 국가대표 유망주들도 있었다.
국가대표가 비국가대표에게 덜미를 잡힌 경우도 적잖았다. 남자 일반부 MVP로 김민기(27·MG새마을금고)가 뽑힌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못한 김민기는 강력한 우승후보 삼성전기와의 준결승에서 국가대표 하영웅(27)을 무찌르며 '이변'을 주도했고, 상무와의 결승서도 또다른 국가대표 김동훈(26)을 만나 1대2로 역전패했지만 끝까지 상대를 위협한 데서 높은 평점를 받았다.
남자복식 국가대표 김동주(25)-박경훈(21·상무)도 결승 최종전에서 한토성-김덕영(MG새마을금고)에 패하는 등 2019년 새로 구성된 국가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절감케 한 자리가 봄철리그였다.
한편 대학·일반부 일정을 모두 마친 봄철리그는 오는 4월 5일까지 밀양시배드민턴경기장에서 초등부 열전에 들어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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