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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남북단일팀, 이번에도 절차가 잘못됐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1-14 15:50 | 최종수정 2018-01-14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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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남북 단일팀이 화두에 올랐다.

정확히 말하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을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12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18년 국가대표 훈련개시식에서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공동입장 등을 포함해 북한에 여러 제안을 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노 차관은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에 참석한 우리 측 5명의 대표 중 한 명이다.

정부는 고위급 회담이 끝난 뒤 3개의 공동 보도문을 발표했으나 당시 단일팀 구성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이런 논의가 오갔음에도 정부가 단일팀 추진 방안을 공개하지 않은 건 이와 관련, 유관기관과의 협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와 그 소속 회원국이 우리의 사정을 충분히 공감하고 도와줘야만 엔트리 확대 등 남북 단일팀을 둘러싼 여러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일단 협의는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보인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남북 단일팀의 엔트리를 35명까지 늘려줄 것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IIHF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키는 IOC가 쥐고 있다.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IOC 주재 '평창 회의'에서 남북 단일팀에 대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IOC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대한올림픽위원회·민족올림픽위원회(북한), 남북 정부 고위 관계자, 남북한 IOC 위원 4자가 참여하는 '남북한 올림픽 참가 회의'를 열어 북한 출전 선수, 남북한 공동입장, 단일팀 구성, 국기·국가 사용 여부 등을 논의한다. 피겨 스케이팅 페어의 렴대옥-김주식은 사실상 구제가 확정됐다. 결국 핵심은 단일팀 여부다. IOC가 종목별 국제연맹(IF)과 논의해 북한에 배정할 와일드카드(특별출전권)는 여자 아이스하키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이 전과 비교해서 조금도 개선된 것이 없다. 단일팀 추진 과정에서 '정치'만 있지 '스포츠'는 배재돼 있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을 강조하는 만큼 북한의 참여는 중요한 부분이다. 극단으로 치달았던 한반도의 긴장감을 고려할 때 스포츠를 통한 남북 교류는 긴장 완화를 위한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의가 맞지만 절차가 틀렸다. 그러다보니 애꿎은 피해자가 생길 판이다. 어른들의 정치 논리에 선수들이 희생되게 생겼다.

취재결과, 대한아이스하키협회와 문체부는 남북 단일팀과 관련한 문제를 물밑에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트리 확대 카드를 꺼낸 것도 여기서 시작됐다. 노 차관은 "기존 국가대표가 모두 출전할 수 있도록 최종 엔트리 23명에 북한 선수가 추가되는 '23+α' 방식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설명 엔트리가 30명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경기 출전 엔트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우리 선수들 중 몇명은 자신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북한 선수가 경기에 뛰는 것을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는 실업팀도, 대학팀도 없다. 순전히 평창올림픽만을 위해 모이고,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이다. 수년간 올림픽만 바라보며 흘린 땀방울을 어떻게 보상해줄 것인가.

남북 화해가 '대의'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한다. 하지만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명분과 절차가 담보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북한 선수의 참가를 통한 남북 평화올림픽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던지는 것이다. 이 목적 달성을 위해 꼭 북한 참가 선수 숫자를 인위적으로 맞춰야 할 필요는 없다.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모든 절차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민주주의적 사고도 아니고, 현 정권이 추구하는 가치도 아니다.


평창에서 우리가 보고싶은 것은 선수들이 4년간 흘린 땀방울로 만들어지는 갱 없는 드라마다. 스포츠의 주인공은 당연히 '선수'여야 한다. 억지로 급조돼 화학적 결합이 없는 원 팀이 과연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단일팀 논의에 찬성 보다 반대의 목소리가 많은 이유를 차분히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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