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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도 있고 여러 안 좋은 게 있었어요. 이대론 안되겠더라구요."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72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나설 대표선수를 뽑는 최종 3차 선발전을 겸한 대회였다. 남자 싱글에 배정된 평창행 티켓은 단 1장. 1~3차 선발전 총점 최고점자만이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지난해 7월 1차 선발전을 치르기 전만 해도 이견이 없었다. 모두 차준환의 독주를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차준환은 기대 이하의 연기로 이준형(단국대)에게 정상을 내줬다. 이준형은 1차 선발전 우승자 자격으로 네벨혼트로피에 나서 5위를 차지, 당당히 한국 남자 싱글에 올림픽 출전권 1장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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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갈 길을 잃어버린 한국 남자피겨의 자존심 차준환. 그는 특유의 밝은 미소마저 잃어 버렸다.
그러나 포기는 없었다. 생각이 딱 하나로 모아졌다. '생존'이었다.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벼랑 끝에 서자 잃었던 '초심'이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그는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2차 선발전까지 준비해온 프로그램을 모두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이 한창 좋았을 함께 했던 프로그램을 되살렸다. 지난 시즌 빙판 위에서 차준환을 춤추게 했던 음악, '일 포스티노'에 다시 몸을 맡기기로 했다. 쿼드러플(4회전) 점프에 대한 압박도 내려 놓기로 했다. 올 시즌 초반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에 3번 배치했던 쿼드러플 점프를 1회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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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맞지 않아 2차 대회를 앞두고 급하게 바꿔 신었던 부츠 역시 완벽하지 않지만 3차 대회 때 그대로 신기로 했다. 고관절과 발목을 괴롭히는 통증도 여전했다.
하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생존을 향한 마지막 도전에 몸을 맡기자 이 모든 장애물들이 견딜 만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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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까지만 해도 희미했던 차준환 부활의 불씨. 모두가 숨 죽여 지켜보던 빙판 위로 분신같은 곡 '일 포스티노'가 사뿐히 내려앉았다. 기다렸다는 듯 차준환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그의 몸짓은 마치 물결처럼 자연스럽게 흘렀다. 첫 점프 과제 쿼드러플 토루프를 깔끔히 소화해낸 차준환 앞에 더 이상 장애물은 없었다. 프리스케이팅 168.60점. 이는 자신이 지난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세웠던 공식 최고점인 160.13점을 넘는 기록. 국내 대회 기록이라 공식 인정을 받진 못했지만, 차준환의 부활을 알리기엔 충분한 수치였다.
결국 차준환은 이번 대회 총점 252.65점으로 우승과 동시에 이준형과의 격차를 뒤집고 기어이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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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다빈(수리고) 김하늘(평촌중)이 여자 싱글 티켓 2장의 주인공이 됐다. 아이스댄스 시니어에서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가 총점 149.94점, 페어 시니어에선 김규은-감강찬 조가 총점 139.54로 우승했다. 이 두 조는 각 종목에서 단독 출전을 했다.
목동=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