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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반전 일군 '신의 한수' 뒤엔 차준환의 결단이 있었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8-01-07 17:58


평창올림픽 피겨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겸 '2018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대회가 7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렸다. 남자 싱글 시상식에서 1위를 차지한 차준환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1.07/

"부상도 있고 여러 안 좋은 게 있었어요. 이대론 안되겠더라구요."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72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나설 대표선수를 뽑는 최종 3차 선발전을 겸한 대회였다. 남자 싱글에 배정된 평창행 티켓은 단 1장. 1~3차 선발전 총점 최고점자만이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지난해 7월 1차 선발전을 치르기 전만 해도 이견이 없었다. 모두 차준환의 독주를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차준환은 기대 이하의 연기로 이준형(단국대)에게 정상을 내줬다. 이준형은 1차 선발전 우승자 자격으로 네벨혼트로피에 나서 5위를 차지, 당당히 한국 남자 싱글에 올림픽 출전권 1장을 선사했다.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챌린지 2차(평창동계올림픽 대표선발 2차전) 경기가 3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렸다. 남자부 싱글 차준환이 멋진 연기를 펼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12.3/
2차 선발전을 통해 반전을 노렸던 차준환. 하지만 결과는 또 한번의 아쉬움이었다. 우승은 역시 이준형의 몫이었다. 차준환은 고관절과 발목 등 여러 부위에 걸친 부상으로 제대로 된 연기를 펼칠 수 없었다. 설상가상 부츠도 맞지 않았다. 여러가지 악재 속에 차준환은 신음하며 올림픽에서 멀어져갔다. 그를 바라보던 기대감 어린 시선도 싸늘해져 갔다. "차준환은 안될 것 같다." 그 틈에 이준형이 단독선두로 치고 나가며 평창행 가능성을 키워갔다.

졸지에 갈 길을 잃어버린 한국 남자피겨의 자존심 차준환. 그는 특유의 밝은 미소마저 잃어 버렸다.

그러나 포기는 없었다. 생각이 딱 하나로 모아졌다. '생존'이었다.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벼랑 끝에 서자 잃었던 '초심'이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그는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2차 선발전까지 준비해온 프로그램을 모두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이 한창 좋았을 함께 했던 프로그램을 되살렸다. 지난 시즌 빙판 위에서 차준환을 춤추게 했던 음악, '일 포스티노'에 다시 몸을 맡기기로 했다. 쿼드러플(4회전) 점프에 대한 압박도 내려 놓기로 했다. 올 시즌 초반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에 3번 배치했던 쿼드러플 점프를 1회로 줄였다.


평창올림픽 피겨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겸 '2018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대회가 7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렸다.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차준환이 멋진 연기를 펼친 후 오서 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1.07/
차준환은 "2차 대회가 끝나고 3주의 시간이 있었는데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까지 안 좋았던 걸 모두 내려놓고 좋았던 길을 가고 싶었다"며 "지난 시즌 프로그램으로 다시 해보자는 이야기를 내가 브라이언 오서 코치에게 했다. 많은 논의 끝에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발에 맞지 않아 2차 대회를 앞두고 급하게 바꿔 신었던 부츠 역시 완벽하지 않지만 3차 대회 때 그대로 신기로 했다. 고관절과 발목을 괴롭히는 통증도 여전했다.


하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생존을 향한 마지막 도전에 몸을 맡기자 이 모든 장애물들이 견딜 만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평창올림픽 피겨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겸 '2018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대회가 7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렸다.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차준환이 멋진 연기를 펼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1.07/
거짓말처럼 올림픽 무대를 향한 희망도 되살아났다. 차준환은 6일 펼쳐진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이준형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격차는 여전히 컸다. 7일 차준환에 앞서 이준형이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펼쳤다. 이준형이 두 차례 넘어지는 등 실수를 해 222.98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지만, 차준환과의 1~3차 선발전 총점 합계 차이는 166.47점. 추월까지는 여전히 꽤 먼 거리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희미했던 차준환 부활의 불씨. 모두가 숨 죽여 지켜보던 빙판 위로 분신같은 곡 '일 포스티노'가 사뿐히 내려앉았다. 기다렸다는 듯 차준환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그의 몸짓은 마치 물결처럼 자연스럽게 흘렀다. 첫 점프 과제 쿼드러플 토루프를 깔끔히 소화해낸 차준환 앞에 더 이상 장애물은 없었다. 프리스케이팅 168.60점. 이는 자신이 지난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세웠던 공식 최고점인 160.13점을 넘는 기록. 국내 대회 기록이라 공식 인정을 받진 못했지만, 차준환의 부활을 알리기엔 충분한 수치였다.

결국 차준환은 이번 대회 총점 252.65점으로 우승과 동시에 이준형과의 격차를 뒤집고 기어이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평창올림픽 피겨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겸 '2018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대회가 7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렸다.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차준환이 멋진 연기를 펼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1.07/
차준환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올림픽은 꿈의 무대인데 그 곳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이어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프로그램에 큰 변화 없이 일 포스티노 곡을 가지고 올림픽에 갈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최다빈(수리고) 김하늘(평촌중)이 여자 싱글 티켓 2장의 주인공이 됐다. 아이스댄스 시니어에서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가 총점 149.94점, 페어 시니어에선 김규은-감강찬 조가 총점 139.54로 우승했다. 이 두 조는 각 종목에서 단독 출전을 했다.


목동=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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