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난 9월, 구닐라 린드버그 평창동계올림픽 조정위원장(IOC)은 평창올림픽 시설물의 사후 활용안을 우려했다. '하얀 코끼리(겉만 화려하고 무용지물 처럼 되는 것)'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2018년 평창올림픽(2월 9일 개막)을 준비하면서 평창조직위원회에 수차례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IOC는 '올림픽 유산'에 매우 민감하다. 올림픽 시설물이 '애물단지'로 전락해 올림픽 이미지를 훼손하는 걸 막자는 것이다. 대회 이후에도 개최지에서 유용한 시설로 잘 활용되는 순기능을 기대한다.
해결책을 찾아내는 게 숙제다. 이미 관계자들은 사안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정부 기관도 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기획재정부, 강원도, 체육계, 평창조직위 등이 참가한 TF팀을 꾸렸다.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해 국민체육진흥공단 같은 공기업에 관리주체를 맡기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체육진흥공단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사후활용 방안을 기관 주도로 할 게 아니라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라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들은 일찌감치 평창올림픽을 평창, 강릉 등으로 한정하지 말고 좀더 분산해서 열자고 제안했었다.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제 사후 활용 방안까지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신설 경기장이 많이 생긴 강릉시의 인구는 20만명이 조금 넘는다. 활용 인구에 비해 이용할 시설물이 과도하게 많은 상황이다. 결국 강릉시는 관광객 등 외부 수요를 더 끌어모아야 한다.
외국 성공 사례를 참고할 수도 있다. 노르웨이 릴레함메르(1994년 대회)와 미국 솔트레이크시티(2002년 대회) 등은 겨울 스포츠 경기장이라는 '벽'을 뛰어넘었다. 사시사철 활용할 수 있도록 시설물을 유연하게 변화시켰다. 얼음을 없앤 후 농구 핸드볼 탁구 등 실내 스포츠장으로 둔갑시켰다. 지역 축제, 가수들의 콘서트도 열었다. 릴레함메르에선 대회 MPC와 선수 숙소에 대학 캠퍼스와 기숙사가 옮겨오기도 했다.
김도균 경희대 교수(체육대학원)는 "동계스포츠 자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여름 스포츠, 음악 등 여러가지 문화와 콜라보레이션을 해야 한다. 융합하지 않고선 활용폭이 너무 좁다"면서 "유산 활용 아이디어를 내는데 있어 장벽을 낮춰서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관 조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