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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칼끝에 예를 세우다' 생활체육 전국학생검도대회 현장속으로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10-06 11:39


"하압! 머리잇!"

날카로운 기합소리에 이은 전광석화같은 내려치기. 그들이 내지르는 기합에는 날이 서있다. 온 정신을 죽도 끝에 모은 채 아랫배에서부터 힘을 끌어모아 입으로 토해내는 괴성. 마치 이소룡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괴조성'과 닮았다. 힘과 기가 담긴 높은 옥타브의 외침 끝에 칼이 떨어진다.

칼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려면 늦는다. 오랜 수련을 통해 상대의 발끝과 어깨의 움직임으로 칼의 방향을 예상해야 막고, 되치기가 가능하다. 수련을 하지 않은 일반인의 눈으로는 그 섬세하고 빠른 공방을 제대로 감상하는 것조차 벅차다. 하지만 엄청난 집중력으로 일도에 혼과 기와 힘을 담는 검도의 공방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숙연해진다. 그 안에 담긴 건 '술(術)'이 아닌 '도(道)'이기 때문이다.


◇4일 충북 옥천군 체육센터에서 열린 제3회 전통스포츠 전국학생검도대회 및 무예대축전에 참가한 학생부 선수들이 검도 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진=생활체육전국검도연합회 제공
검도 동호인의 대축제

한국 검도인의 대축제가 지난 3일부터 이틀간 충청북도 옥천군에서 펼쳐졌다. 국민생활체육회가 주최하고 국민생활체육 전국검도연합회가 주관하는 제3회 전통스포츠 전국학생검도대회 및 무예대축전이 옥천군 체육센터에서 성황리에 열린 것. 6~7세 어린이 검사부터 70대 고령의 노검사가 한데 어우러져 칼의 노래를 부른다. 러시아에서 온 청소년 검사까지 있었다. 검도는 나이와 성별, 민족을 가리지 않는 스포츠다. 그들은 모두 칼 앞에서 평등했다.


◇4일 충북 옥천군 체육센터에서 열린 제3회 전통스포츠 전국학생검도대회 및 무예대축전 개회식에서 장산검도관 박영민 관장이 언월도 짚단베기 시범을 펼치고 있다. 사진=생활체육전국검도연합회 제공
이번 대회는 국민생화체육 전국검도연합회가 국민생활체육회의 전통무예 활성화 사업의 지원을 받아 올해로 3회째 개최하고 있다. 전국 생활체육 검도동호인의 화합과 친선 및 전통 무예로서의 검도를 보급,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국 1000여개 도장 및 센터(클럽)의 검도 동호인이 무려 1500명이나 참가해 수련의 정도를 겨룬다. 초등부 저학년부터 중·고등학생, 여자부, 남자 청·장년부가 단체전과 개인전 등 각 14개부로 나뉘어 경기를 펼쳤다. 진검베기(짚단, 대나무) 부문의 경연에서는 긴장감이 넘쳐흘렀다.

이들은 호구를 착용하고 죽도를 든 채 경기에 임했다. 사실 이는 일본에서 스포츠로 정립한 검도다. 그러나 국민생활체육 전국검도연합회는 이런 방식의 검도만 추구하진 않는다. 이 대회의 또 다른 목적은 전통무예의 복원과 활성화다. 그래서 본국검법 기본기 경연도 대회 종목에 포함돼 있다.

대회를 주관한 전국검도연합회 곽향숙 회장은 "검도는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평생 수련할 수 있는 스포츠다. 뛰어난 전신 운동효과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고도의 집중력을 만들 수 있다. 더불어 엄격한 예의의 스포츠이기도 하다. 청소년의 올바른 인격 형성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대회를 통해 전국 검도인의 화합과 친선을 도모하는 한편, 생활체육으로서의 검도 보급과 발전에 이바지하려 한다. 뿐만 아니라 전통 무예로서의 검도를 재현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라고 대회 개최의 의의를 설명했다.


◇4일 충북 옥천군 체육센터에서 열린 제3회 전통스포츠 전국학생검도대회 및 무예대축전 개회식에 참석한 전국 남녀노소 검도 동호인들이 개회사를 경청하는 장면. 사진=생활체육전국검도연합회 제공

민족 전통 검법의 부활

검은 민족과 문화를 초월한 무기다. 쓰는 법은 각 민족이 만든 검의 특성에 맞춰 달리 발전해왔다. 우리 민족에게도 고유의 전통 검법이 명확히 존재한다. 조선 정조 시대에 만들어져 전해오는 '무예도보통지'에는 본국검법과 조선세법 등의 전통 검법이 담겨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정확히 수행하는 법은 전해져오지 않는다.

무예도보통지에는 검을 든 사람이 자세를 취하는 그림만 나와 있다. 어떻게 몸을 움직여서 그런 자세가 되는 지는 유실된 상태다. 그래서 이를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우리 전통 검법을 되살리는 일 또한 전국검도연합회의 중점사업이다.

이번 대회의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도성기 전국검도연합회 사무처장은 "검도 문화 보급에 못지 않게 전통 무예의 계승과 발전도 연합회의 중점 사업 분야다"라며 "무예연구원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복원하고 있는 본국검법의 동작을 전국 각지의 도장에 보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검도연합회가 이번 대회의 정식 종목으로 본국검법 기본기 경연을 포함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되살아난 본국검법의 '본(태권도의 품세와 같은 개념)'을 수련한 어린 검사들은 전통 복장을 한 채 열심히 수련의 결과를 선보이고 있었다.


◇4일 충북 옥천군 체육센터에서 열린 제3회 전통스포츠 전국학생검도대회 및 무예대축전 본국검법 기봄기 경연에 참가한 유소년 선수들이 전통 무복차림으로 동작을 펼치고 있다. 사진=생활체육전국검도연합회 제공
'활인(活人)'의 검을 위한 길

4일 오전 옥천군 체육센터에서 열린 공식 개회식에는 내외빈 및 전국 각지에서 온 참가자들이 구름같이 모였다. 말 그대로 '검도인의 대축제'였다. 사실 이 대회는 전국검도연합회의 연간 사업 중 가장 큰 규모의 행사다. 그러나 전국검도연합회가 펼치고 있는 사업은 이 뿐만이 아니다. 양과 질에서 다른 생활체육 단체의 사업을 월등히 능가한다.

곽 회장은 "이러한 대축전 뿐만 아니라 국무총리기를 비롯해 연간 5차례의 전국 대회를 통해 검도 동호인의 기량 발전과 검도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각종 지방 대회는 수없이 많이 열린다. 전국 대회 개최는 체육단체의 가장 근간이 되는 사업이다.

이와 더불어 검도 보급을 위한 사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도 사무처장은 "검도는 나이에 관계없이 평생 수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스포츠다. 어린 학생들은 검도를 통해 예의범절과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 또 어르신들에게는 건강 유지와 특히 치매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지녔다"면서 "때문에 검도연합회는 각 지역 노인복지회관을 중심으로 '어르신 검도교실'을 운영중이다. 검무와 종이베기 수련 등을 무상으로 보급하고 있다. 동시에 아동센터를 중심으로 다문화가정과 소외계층에 대한 검도 보급 사업도 주력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전국검도연합회의 사업 성과는 지난해 생활체육협회 사업평가 1위의 결실로 이어졌다. 그 덕분에 지원 사업의 자금 지원도 대폭 늘어났다. 도 사무처장은 "검도의 진정한 목적은 '기술'이 아니라 '도'를 추구하는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사람을 살리는 '활인검'이 목표다. 어르신과 소외계층에 검도를 보급하는 목적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옥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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