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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1의 등장, 한국형 기술축구 시대가 열렸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09-10 07:49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3일 오후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라오스를 상대로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경기를 펼쳤다. 대한민국이 라오스를 상대로 8대0 대승을 거뒀다. 경기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선수들.
화성=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9.03

수년간 한국 축구의 얼굴은 4-2-3-1 포메이션이었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한 4-2-3-1은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강조한 전술이다. 공격적으로는 플레이메이커와 윙어를 동시에 기용할 수 있고, 수비적으로도 '더블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활용해 안정감을 높인다. 2002년 한-일월드컵 후 3-4-3, 4-3-3 등 네덜란드식 포메이션이 대세를 이루던 한국 축구에도 2000년대 중후반 이후 4-2-3-1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에도 4-2-3-1은 계속 됐다. 호주아시안컵에서도, 동아시안컵에서도 한국의 포메이션은 4-2-3-1 이었다. 색깔은 달라졌지만, 틀 자체에는 변화가 없었다.

9월 열린 라오스, 레바논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부터 변화가 생겼다. 슈틸리케 감독은 4-1-4-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기 위한 선택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A대표팀은 2경기에서 무려 11골을 터뜨렸다. 실점은 한 골도 없었다. 더욱 눈에 띈 것은 내용이었다. 뻥축구는 없었다. 기술 축구의 향연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강조한 볼점유율 뿐만 아니라 골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유기적인 움직임과 창의성이 돋보였다.

4-1-4-1 포메이션은 4-3-3에서 파생된 전형이다. 4-1-4-1의 핵심은 미드필드 2선이다. 무려 4명을 배치해 침투를 이끈다. 원톱이 공간을 만들면 4명의 미드필더가 다양한 움직임으로 공격에 나선다. 수비시에는 전방 압박에 탁월한 효과를 지닌다. 이들 뒤에는 수비수에 가까운 역할을 하는 1명의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포진해 밸런스를 맞춘다. 전술의 키포인트는 중원의 역삼각형이다.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와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할때 이 전술은 극대화될 수 있다. 4-2-3-1과 비교해 수비형 미드필더가 한명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2선에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볼소유가 중요하다. 높은 볼점유를 통해 경기의 주도권을 높여야 한다. 수비형 미드필더 역시 공격형 미드필더들과 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기술없이 이 전술을 구사하다가는 자칫 수비쪽에 허점만 노출 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 아스널, 바이에른 뮌헨, 스페인 등 테크닉이 뛰어난 팀이 4-1-4-1을 즐겨쓰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슈틸리케호의 경우 기성용(스완지시티)-권창훈(수원)-정우영(빗셀고베)을 역삼각형으로 포진시켰다. 기성용은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특유의 키핑력은 물론 날카로운 킬패스로 A대표팀 공격을 이끌었다. 이번 2연전의 '히어로' 권창훈은 돌격대장 역할을 했다. 기성용이 패스에 중점을 뒀다면 권창훈은 날카로운 침투로 공격의 방점을 찍었다. 엄청난 기동력으로 역습 때마다 숫적우위를 만들어줬고, 뛰어난 기술을 앞세워 볼을 점유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볼을 잘 다루는 정우영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기성용-권창훈의 보디가드 역할을 함과 동시에 빌드업의 시발점으로 만점활약을 펼쳤다. 좌우에 포진한 윙어들 역시 중원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왼쪽은 침투, 오른쪽은 형태 유지라는 역할 분담으로 공격의 다양함을 더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4-1-4-1 카드를 꺼낼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 손흥민(토트넘)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기성용 등 유럽파 외에 권창훈 이재성(전북) 등 기술이 뛰어난 미드필더들이 새롭게 가세했다. 이들은 다양한 개성을 지녔지만 '테크닉, 창의력, 축구센스'라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이들이 중심이 된 A대표팀은 운동장 사정이 좋지 않았던 레바논에서도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공간이 생기면 어김없이 전진패스가 나갔고 상대의 압박에도 당황하지 않고 볼을 이어나갔다. 과정부터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이번 2연전을 통해 한국형 기술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런 점에서 4-1-4-1의 등장은 큰 의미를 갖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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