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대만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양궁 여자 컴파운드 단체전 결승이 열린 27일 인천 계양아시아드 양궁경기장. 마지막 화살이 과녁을 꿰뚫는 순간 최보민(30·청주시청)과 석지현(24·현대모비스) 김윤희(20·하이트진로)는 서로를 얼싸안았다. 관중들을 향해 큰절도 했다. 그리고 최보민과 석지현이 한자리에 모였다.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자신들의 스승, 고(故) 신현종 감독을 향한 세리머니였다.
석지현 역시 리커브를 했다. 한체대 시절까지만 해도 리커브 최하위 면하기가 최대 과제였다. 뒤에서 1,2등을 도맡았다. 선수를 그만두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2년간 의무적으로 선수 생활을 해야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돌파구로 삼은 것이 컴파운드였다. 국내랭킹 70위 정도면 국제대회에서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만큼 컴파운드의 선수층은 얇았다.
석지현과 컴파운드는 찰떡궁합이었다. 2008년 컴파운드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신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함께 컴파운드의 역사를 써나갔다. 2009년 울산세계선수권대회컴파운드 단체전에서 은메달, 혼성부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경험을 쌓은 석지현은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동메달을 1개를 따냈다. 2013년 신 감독이 없는 가운데 출전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 1개와 동메달1개를 따냈다.남은 것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뿐이었다.
2관왕에 오른 최보민은 "비록 오늘은 신 감독님과 함께 하지 못했지만 항상 저희와 함께 하신다고 생각한다. 단체전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하늘을 보고 손가락 찔렀는데 이는 감독님한테 한테 보내는 세리머니였다"고 했다. 석지현도 "국제 대회에서 처음 금메달을 땄을 때부터 항상 금메달을 딸 때면 신 감독님이 옆에 계셨던 것 같다"면서 "오늘도 여기 어딘가 와계실 것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경기를 치렀다"고 말했다.
인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